일곱 시 조금 못 되어 일어났는데
창밖의 하늘이 유난히 하얬습니다.
안개가 심한가 생각했지만 안개보다
두꺼운 흰색이었습니다.
혹시 눈인가?
급하게 나가다 베란다로 가는 유리문에 부딪쳤습니다.
쿵 소리가 났지만 이마를 문지르며 나갔습니다.
먼 곳읜 사물은 모두 하얗게 지워지고
가까운 집들의 지붕 위엔 흰 담요 같은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눈의 군무를 지켜보았습니다.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눈 와요! 눈이 온다고요!"
토요일 일곱 시... 자는 사람 많을 테니 소리칠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이승을 떠나신 아버지, 이승에 계신 어머니...
눈이 오는 줄 모르고 자고 있을 사람들,
눈길을 달려야 하는 사람들...
눈이 내려앉는 무수한 자리도 생각납니다.
눈 덕에 살아날 마른 잎들, 눈 때문에 추워할 꽃잎들...
새들은 어디에서 저 눈을 지켜볼까요?
눈이 갈수록 나빠지지만 아직 첫눈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눈님, 감사합니다!
눈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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