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 (2010년 7월 11일)

divicom 2010. 7. 12. 10:53

집-- 카페1--카페2--카페3--언덕--10번 마을버스--홍제역(지하철 3호선)--대곡역--대곡역(경의선)--문산역--가좌역--모래내시장--가재울 뉴타운 재개발지역--불로만 치킨--7713버스--집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집에서 하기엔 너무 더워 집을 나섰습니다.

카페1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카페2는 대청소날이라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카페3 한쪽 자리에서 일을 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니 너무 추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언 몸을 녹이려 햇살이 환한 언덕길을 올랐습니다. 언덕 위에 오르니 추위는 가셨지만 몸이 무거웠습니다.

언덕까지 오는 버스는 10번 버스 한 종류. 600원을 내고 마을버스에 올랐더니 버스가 홍제역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계획 없던 하루 여행이 시작되어 샛별이 뜬 후에 끝났습니다. 햇살과 함께 시작한 여행이 텅 빈 재개발지역 한가운데, 무너진 건물과 잔해를 모아 만든 무덤 사이에서 착잡한 종말을 맞았습니다. 

 

어쩌면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으레 그런 종말을 갖게 된 것인지 모릅니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 (1888~1953)의 희곡 또한 그렇습니다. 알콜과 약물에 중독된 한 가족의 슬픈 역사는 오닐 자신의 가족사를 반영합니다. 세 번의 결혼, 두 자녀의 자살, 딸과의 절연... 1942년에 이 작품을 완성한 오닐은 자신의 사후 25년 후에 출판하라고 했지만, 그의 아내 --세번째였지요--는 그 작품의 판권을 예일 대학교에 기증했고, 작품은 1956년에 출판되었습니다. 그가 죽고 겨우 3년 후였지요. 

 

그래 '긴 여로'에서 무엇을 느꼈느냐고요? 글쎄요... 살아가는 일의 진부함 혹은 거룩함? 동료 승객, 아니 인간들의 사랑스러움 혹은 그들에 대한 존경? 문명의 잔인함? 모기의 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