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트럼프 마을의 수난(2018년 7월 6일)

divicom 2018. 7. 6. 21:35

어떤 마을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 덕에 번영하고 

어떤 마을은 그곳과 연고가 있는 사람 덕에 손해를 봅니다.


저와 인연을 맺은 곳이나 사람이 제 덕을 보는 일은 없겠지만 

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에 있는 트럼프 마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내일 자 경향신문에 실릴 조호연 논설위원의 칼럼을 조금 전 인터넷으로 보고 옮겨둡니다. 



여적]독일 트럼프 마을의 수난

조호연 논설위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이 도시 출신 천재음악가 모차르트 덕에 먹고산다. 한 해 평균 650만 관광객이 찾아와 3억유로(약 4000억원) 이상 뿌리고 간다. 모차르트가 중간 이름을 아마데우스(신의 은총)로 지어 불세출의 음악가가 되었다면 잘츠부르크는 그런 모차르트의 ‘은총’을 입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도시나 고을이 역사적 인물의 이름과 동일시되고 일반화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의식의 흐름’ 소설 기법으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아일랜드 더블린,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에서 뒷골목과 소로까지 묘사해 유명해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그렇다. 한국에서 한 인물이 출신 도시 전체에 후광을 비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가 대표적이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복원한 것은 물론 박물관과 공원도 조성해 한때 유명 관광코스로 도약했지만 전국적인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충북 음성은 이곳 출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생가를 ‘평화랜드’란 이름으로 공원화했다가 반발을 샀다.

울산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차 방문했던 장소를 관광상품화하면서 안내판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걸으신 곳’이라고 명기해 우상화 비판을 자초했다. 우상화라면 함경남도 신포의 이준 열사 생가에 ‘(김정일) 장군님의 발자국’을 보존하고, 김일성 주석이 해방 후 북한에 들어오다 머물렀던 원산의 건물을 사적지화한 북한이 남쪽보다 한 수 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부 출신지인 독일의 칼슈타트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의 조부 프리드리히 트럼프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188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인구 1200명 중 600명이 ‘트럼프’인 이 마을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호텔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칼슈타트에는 트럼프 소개나 길 이름 등이 전무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트럼프가 자신의 뿌리를 미국으로 가져가주기 바란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나는 칼슈타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을 조부 고향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수치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트럼프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062112005&code=990201#csidxf8abfea5a8ff34d9f9e9ddce28bb7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