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구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행사건의 피해자는 여중생입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 인터뷰를 읽다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십대 가해자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유전적 요인 때문일까요? 아니면 후천적 요인으로 그런 '괴물'이 된 걸까요?
법이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지는 오래고
그래서 사람들은 법의 집행보다 수퍼맨 같은 초인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귀한 자녀가 누군가에게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는데
법이 가해자들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벌을 주지 않을 때
복수를 꿈꾸는 어머니를 나무랄 수 있을까요?
아래는 대구 집단 성폭행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법으로 안 되면 내가 복수…” 대구 집단성폭행 피해 여중생 母 인터뷰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생활하고, 집단 성폭행 당한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오히려 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 주세요.”
6일 오후 5시 현재 25만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낸 청와대 국민청원.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가 직접 작성한 이 청원은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15세 여중생을 성폭행한 10대 학생 6명(어머니는 방관자 1명을 포함, 가해자가 7명이라고 주장한다) 가운데 2000년생인 3명은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중이지만 2004년생 3명은 소년법 적용을 받아 낮은 수위의 처벌만 받기 때문이다. 어머니 B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면 내가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듯한 소년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B씨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작성됐다.
◇ “보도가 나간 뒤에야 담당 경찰이 연락해왔다”
B씨는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지만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큰 용기를 내서 청원을 올렸고, 그 덕분에 해당 사건을 공론화 시킬 수 있었지만 딸이 너무 힘들어한다. 괜히 청원을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딸아이의 상태가 예전보다는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어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니었다”며 “기사가 많이 나간 뒤 주변에서 워낙 전화도 많이 오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 더 힘들어한다.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보도가 나간 뒤 몇 가지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다. 지난 4일에 열렸던 2차 공판의 판결이 원래는 오늘 나왔어야 했는데, 7월 중순으로 연기됐다는 이야기를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면서 “또 어제는 복지 담당 경찰이 전화를 걸어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 회복을 위한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말해줬어야지 왜 이제야 알려주는지 모르겠다. 담당 경찰관도 이제 알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원글에도 나와 있듯이 가해자의 여자친구라는 학생 한 명은 A양을 찾거나 어디 있는지 제보하면 현상금 주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2차 가해자에 대한 고소도 진행 중이다. 고소를 위해 딸과 함께 경찰서에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양이 그날을 조금도 기억하기 싫어하는 걸로 아는데, 또 경찰서에 가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하진 않냐’고 묻자 “사건 이후 딸아이는 가해자 친구들에게 정말 많은 비난과 욕을 들었다. 그렇다 보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전했다.
B씨는 가해들이 몇 명이었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가해자는 19살 남자아이 3명과 15살 남학생 4명으로 총 7명이다. 그러나 많은 기사에서는 가해자를 6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양의 엄마는 “강간한 아이들이 6명이고 1명은 방관자다. 원래는 7명이 맞다. 심지어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아침, 뭘 가져다준다고 온 2명의 아이들이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방관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도, 기소조차 안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B씨에 따르면 현재 ‘소년보호 위탁소’에 들어가 있는 14세 가해자 3명은 지난 4일 2차 공판이 있는 날 페이스북에 또 글을 올렸다. B씨는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까지도 ‘9호 받을 것 같다’ ‘재위탁 됐다’ 등 글을 올리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며 “본인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인지조차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반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보호처분의 경우 가정법원(지방) 혹은 소년법원에서 ‘1호 처분’에서 ‘10호 처분’까지 총 10단계의 처분 중 한 가지를 내릴 수 있다. 1호 처분은 보호자에게 인도를 하는 조치, 단계가 올라갈수록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수감명령 등으로 조치가 달라지며, 10호의 경우 소년원에 최대 2년간 구금을 하게 된다.
B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이전에도 강간을 했던 사실이 있다.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강간을 당했다는 아이 한 명이 우리 집에 찾아오기도 했었다”면서 “가해자들은 강간을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닌다. 소년원에 들어간 것도 훈장같이 생각하고 페이스북에는 자신을 ‘위탁생 OOO’이라고 소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의 한 계정을 언급했는데, 가해자들이 이 계정에 자신들이 강간한 사실을 여러 번 올렸고 이를 통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A양의 이야기도 그렇게 알려지면서 경찰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A양의 부모는 이렇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A양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질문에 B씨는 “학교를 그만둘 순 없으니 담임 선생님을 뵙고 출석만 하고 돌아온다. ‘학업중단숙려제(학업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학교장의 권한으로 2~3주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상담 등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학업중단을 예방하는 제도)’를 통해 상담과 직업 체험 프로그램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B씨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딸이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하루에 몇 번씩 뛰어가서 확인한다. 혹시 밖에 나갔다가 가해자 친구들이랑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말했다.
A양은 낮에는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대에만 얼굴을 다 가리고 나가는 정도고 보통은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A양은 아파트 근처 헬스장에서 혼자 12시간 내내 춤만 추고 들어올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런 딸을 지켜보던 B씨는 “딸아이에게 절대 착하게 살지 말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길에서 가해자 친구들을 만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똑같이 갚아줘라고 말한다. 그래봤자 우리나라 법으로는 소년원에 안 갈 걸 아니까 그러는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모르겠다”
가해자 부모들은 법정에서 B씨 가족을 보고도 본체만체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해자 중 한 명이 소리를 내지 않고 ‘뭘 보냐’고 하는 걸 B씨 남편이 보고 너무 화가 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 적도 있다. B씨는 “가해자 부모들이 오히려 애들한테 우리 쪽으로 가지 말라고 하더라”며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의 억울한 심정을 생각하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잔혹한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소년법은) 아직 성인이 아니니까 개선될 여지를 보자는 취지겠지만 교화가 안 되는 애들도 있다”며 “선처라는 것은 반성할 기미가 있는 애들한테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성도, 죄책감도 없는 애들한테 선처가 무슨 소용이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영악한 애들은 어른보다 더 법을 잘 알고 이를 악용하고 있다. 경찰들도 다 알 것”이라고도 했다.
B씨는 “소년법 같은 걸로 선진국 흉내를 내면서 왜 그 뒷감당은 우리 국민이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면 내가 복수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딸을 위해서라면 내가 범죄자가 돼도 상관없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듯한 우리나라의 법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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