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무현의 손(2018년 5월 23일)

divicom 2018. 5. 23. 12:05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님의 서거 9주기... 

오후 2시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는 9주기 기념식이 열리고, 

그분의 절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의 앞날을 의논하고, 서울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지금 한국이 서 있는 곳을 보여주겠지요...


봉하마을에도 미국에도 재판정에도 가지 못하는 저는 

몇 해 전에 쓴 글로 노무현 대통령 님을 기립니다.

대통령 님, 부디 자유와 평안을 누리소서!



다시 잡고 싶은 손

 

고흥에서 보내준 마늘종, 남해에서 온 두릅을 먹으니

마늘종과 두릅을 키워 싸 보낸 손들이 생각납니다.

손 중의 으뜸은 농부의 손입니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악수하며 

한 가지 진리를 배웠습니다.

입은 거짓말을 하지만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어떤 사람의 손은 너무 작고 말라 애처로웠고,

어떤 사람의 손은 너무 차고 축축하여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입니다.

1990년대 말 제가 종로에 살 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분을 동네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적당히 두툼하고 적당히 따스하고 적당히 힘 있는 손,

고작 몇 초간의 악수였지만,

정직하고 사랑이 많은 분이라는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어느새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나라는 더 시끄럽고 더 천박하고 더 살기 어려워졌지만

이렇게나마 유지되는 건 제 할 일을 하는 정직한 손들,

키우고 나누는 사랑의 손들 덕분이겠지요.

봉하마을 농부를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

그 따스한 손, 다시 한 번 잡아 보고 싶은 오월입니다.

 

                               -- <생각라테>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