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살 것 같습니다.
하늘은 어제와 비슷한 빛깔이지만 어젠 먼지 때문에 탁했던 거고
오늘은 비가 오느라 그런 것이니,
비슷한 회색이어도 마음에 일으키는 느낌은 아주 다릅니다.
어젠 오염된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먼지 바다를 걸었습니다.
한 2주 앓고 난 몸이 약해진 건지
먼지가 몸에 들어와 쌓이는 건지
걸을수록 걸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걸을 만큼 걷고 돌아왔습니다.
먼지 바다의 수영은 맑은 바다의 수영보다 힘든 걸까요?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졌습니다.
가족들이 잘 때 자려고 버텼으나
열 시 가까이 되니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홀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본래 귀가 밝아'숲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정도' 라는 말을 듣곤 했지만
밤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새벽을 맞았습니다.
그 여덟 시간 동안 제 몸은 이불 아래 머물렀어도
제 영혼은 어딘가를 떠돈 듯 합니다.
긴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어제보다 무겁고
단어 하나만 또렸하게 남았습니다.
'만파식적(萬波息笛: 발음: 만:파식쩍)'.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 단어가 왜 문득 비 오는 새벽
저를 찾아왔을까요?
놀랍고 궁금하여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와 있습니다.
나라 걱정을 하다 남북정상회담 덕에 마음을 놓게 되어
이 단어가 찾아온 걸까요?
아니면 제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려고 찾아온 걸까요?
'꿈은 무의식이 의식에게 하는 말'이라니
만파식적도 제 손에 있겠지요?
가느다란 빗줄기 사이로 가느다란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음악> 신라 때의 전설상의 피리.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데,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은 뒤, 문무왕이 죽어서 된 해룡(海龍)과 김유신이 죽어서 된 천신(天神)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서 보낸 대나무로 만들었다하며, 이것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는 등 나라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고한다. [비슷한 말] 만파식.
[萬 波 息 笛 說 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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