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카페 하실 분!(2018년 2월 20일)

divicom 2018. 2. 20. 11:18

남이 보면 부족한 것 많은 인생을 살지만 저는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아니, 불만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제 인생과 그것을 이루는 대부분의 조건에 대해 만족합니다. 

은행 잔고가 몇천 원에 지나지 않을 때조차.


그런 만큼 인생에 대해 바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맛있는 카페 라테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으면 그야말로 '내 잔이 넘치는' 행복을 느낍니다.

제 졸저 <생각 라테>를 읽어 보신 분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행복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치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시민들의 나라이고

건물마다 카페가 있다시피 하지만 들어가 앉아 라테를 마시며 책을 읽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라테의 맛은 대체적으로 나아졌고 실내장식 또한 세련되었지만 음악 때문입니다. 

대개의 카페에서는 음악을 컴퓨터로 다운받아 틀어주는데

그 음악이란 것이 멜론이나 벅스 같은 인터넷 음악 판매소에서 선정해 묶어서 파는 것들입니다.

유행하는 노래를 1등부터 몇 등까지 묶어서 판매하고, 대부분의 카페에서 그것을 사서 트니

어디를 가나 그 음악이고 조금 앉아 있다 보면 같은 음악이 계속 재생됩니다.


게다가 그 노래들은 카페뿐만 아니라 미용실, 과일가게, 옷가게 등 모든 상점에서도 틀어대니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입니다. 이런 풍조를 '유행 음악의 파시즘' 이라고 하면 심한 말일까요?


카페는 다른 가게와 달리 물건보다는 문화를 파는 곳입니다.

커피의 맛만큼 주인의 분위기, 실내 장식과 화장실 등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합니다.

다리를 떨게 하는 음악보다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정신을 고양시키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제게 돈이 있다면 그런 음악이 흐르는 카페를 할 텐데... 

돈 많으신 분 중에 카페 하실 분, 안 계신가요?

유행과 상관없이 격조 있는 카페를 하실 분, 유행 좇는 손님들이 오지 않아도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소희 선생의 구음부터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공간...

그런 카페를 하실 분을 기다립니다. 그런 카페를 할 테니 당신이 카페 지킴이를 하시요 하면

그럴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 카페 하실 분, 안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