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입춘(2018년 2월 4일)

divicom 2018. 2. 4. 10:55

오늘은 입춘, 일년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입니다.

봄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목표 같은 것... 

그 사실을 일깨워주려는듯 오늘 아침은 오히려 혹한입니다.

영하 13도... 추위야, 그래봤자 결국 봄은 온단다!


입춘을 한자로 쓸 때 '들 入'에 '봄 春'을 붙여 '入春'이라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쓰면 안 되고

'설 立'을 써서 '立春'이라고 써야 합니다. '봄에 들어서는 것'이니 '들 입(入)' 자 '入春'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왜 '설 립(立)' 자 '立春'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입춘에 일년 농사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설 立'을 쓰는 거라고 하지만, 여름이 오는 절기, 

가을이 오는 절기, 겨울이 오는 절기, 즉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에도 모두 '설 立'이 들어가니, 

그 이론을 맞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立春'은 사서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처음 나오며, 그후 그 표현을 따라 入春이 아닌 立春을 썼다고도 

합니다. <예기>의 '월령(月令)' 편 '입춘' 관련 부분은 '是月也 以立春' 즉 '이 달에 입춘이 있다'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날에는 천자가 친히 신하들을 인솔하고 동쪽 교외에 나가 봄을 맞이하는 행사를 하고 행사 후에는 

선과 덕을 찬양하는 경축 행사를 진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입춘 든 달에는 오곡의 풍성함을 위해 기도하고 

땅을 고르며 농사를 준비한다고도 쓰여 있습니다. 


이런 구절을 읽다 보면 봄은 그냥 '들어오는(入)' 계절이 아니고 인간의 노력으로 '세우는(立)'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고, 入春이 아닌 立春을 쓴 옛사람들의 지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계절조차도 거저 오는 것은 아니고 '봄'이 진정한 의미의 '봄'이 되려면 사람의 기도와 수고가

곁들여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다른 계절이 오는 것에 대해서도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이라는 이름을 붙였겠지요.


아무튼 오늘은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하니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