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타벅스 카페(2017년 12월 26일)

divicom 2017. 12. 26. 10:34

때로는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좋아 하지 않지만 집에서 가까운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다른 카페의 탁자와 의자보다 그곳의 탁자와 의자가 편하고, 화장실이 제대로 관리되고

커피 맛이 그런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카페들은 멜론이나 벅스에서 만든 K-팝 묶음을 반복해서 틀어대지만

스타벅스에서는 다른 음악을 들려줍니다. 스타벅스의 음악 중에도 소음 같은 음악들이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K-팝과 차트 순위 높은 가요만 반복하는 다른 카페의 음악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니 때로 스타벅스를 가는 건 '최선의 서비스' 때문이 아니고 '차악의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동네 스타벅스에서 아주 맛좋은 커피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널리 알려 칭찬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타벅스 홈피에 그를 칭찬하는 글을 올렸고

그후 그 바리스타와 커피를 마신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스타벅스 매장이라 해도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 맛이 들쭉날쭉합니다.

어제도 같은 스타벅스를 갔지만 커피 맛은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거의 항상 카페라테를 마시다 보니 카페라테의 빛깔만 보아도 맛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습니다.

어제의 라테를 보는 순간 '빛깔이 너무 옅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테에는 커피를 배경으로 우유로 그린 하트나 나무 등의 무늬가 들어가는데 

일반적으로 그 배경과 무늬의 대조가 명확할수록 라테의 맛이 좋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그 둘의 무늬의 대조가 명확하지 않아도

라테 맛이 그럴 듯할 때가 있으니, 어제도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맛보았습니다.

일종의 'benefit of the doubt'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역시' 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원두의 양이 부족했는지, 뜨거운 물이 원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았는지, 우유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커피의 바디감이 부족해서 맛이 없었습니다.


스타벅스에는 고객이 커피 맛에 불만을 제기하면 만족할 때까지 다시 만들어 준다는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웬만큼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경오염을 생각해서 그냥 마시곤 했지만 어제는 그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해서 새 커피를 받았지만 맛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라테도 마찬가지였지만 하는 수 없이 그냥 마셨습니다.

커피 맛도 실망스러운데다 직원의 태도도 커피 맛 같았으니까요.


언젠가 같은 매장에서 커피 맛이 마음에 안들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그때 그 직원(스타벅스에서는 '파트너'라고 한다지요)이 보이던 태도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며 미안해 하자 그는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손님처럼 늘 라테를 드시는 분이 라테의 맛을 가장 잘 아셔요.

그 맛이 안 나오면, 그건 저희들 책임이에요. 그럴 때는 조금도 미안해 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새로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그가 2층 제 자리로 찾아와 물었습니다.

"커피,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나중에 보니 그는 그 매장의 점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제의 파트너는 전혀 달랐습니다.    

세 번째 커피를 받으러 간 제 동행이 "파트너들의 실력에 편차가 있는 것 같아요"하자

"같은 기계, 같은 원두를 쓰기 때문에 편차 같은 건 없어요"라고 응대했습니다. 


'같은 기계, 같은 원두를 쓰기 때문에' 어떤 바리스타가 만들든 커피 맛이 똑같다는 말은

같은 밥솥, 같은 채소를 쓰면 밥과 반찬의 맛이 똑같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 안되는 말입니다.

만일 그의 말이 맞다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커피를 새로 만들어준다'는 스타벅스의 원칙이

생길 필요도 없었겠지요.


일해서 돈 버는 사람이 그 일을 잘못해 지적받을 땐 화를 내는 대신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지적의 내용이 맞는지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지적이 맞을 때도 있지만 가끔 틀린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지적이 합당할 때는 자신이 일하던 방식을 바꿔서 개선을 꾀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어제의 일을 잊을 때까진 스타벅스에 가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