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씨!
언제 만나 차나 한 잔 하시지요. 나이는 먹었지만 참된 슬픔과 절망을 느껴보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자신의 허위의식에 만족하며 허술한 삶을 살아왔기에 술도 못 마시는 중늙은이 출판인이 손을 내밉니다. 한 번 잡아보시지요. 문화라는 탈을 쓴 채 오만방자한 삶을 살아온 인간의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진정 참된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여행길에 나서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 덕분에 차가운 손길에 혹시라도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지도 모르니까 말이지요."
위의 글은 도서출판 '서해문집' 대표인 김흥식 씨가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보내는 긴 편지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이 편지는 김흥식 대표가 출판인들의 격주간지인 <기획회의>에 연재하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중 하나로, 전문은 서해문집 (www.booksea.co.kr) 홈페이지의 '김흥식 칼럼'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김제동 씨는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도식 사회를 보기로 결정한 후, 그렇게 하면
김제동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하기로 한 토크쇼가 무산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김 대표는
김제동 씨의 답변을 보고 감동하여 위의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 대표의 글에 인용된 김제동 씨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추도식 사회를 보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고, 나는 사회를 볼 것이다. 그 다음 일은 운명에 맡긴다." 그는 또 말했습니다. "나는 불행이 두렵지 않다. 불행을 알아야 행복의 소중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해 봐야 사람들이 언제 행복해지는지 알 수 있다. 언제 무엇 때문에 행복해지는지 알아야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제게 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딸과 김제동 씨가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삼십대에 이미 이런 깨달음에 도달한 김제동 씨, 그와 같은 이가 그 한 사람은 아닐 테니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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