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일보 독자입니다. 제가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했기 때문이 아니고, 칼럼을 연재하기 훨씬 전부터
그 신문을 구독했습니다. 무수한 신문을 두고 한국일보를 읽는 이유는 2007년 7월 19일자 '자유칼럼'의 '김흥숙 동행'에 밝힌 적이 있으니 다시 쓰진 않겠습니다.
제가 요즘 한국일보에서 즐겨 읽는 글은 시인 정일근이 쓰는 '길 위의 이야기'입니다. 전에도 여러 사람이 이 '이야기'를 썼지만 저로선 정 시인의 글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5월 29일자에 '셰이드 트리'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재미 뿐만 아니라 정보까지 줍니다.
커피 중독자인 저와 달리 그는 커피에 대해 "냉소주의자"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동티모르를 다녀온 후 커피에 "가난한 농부의 땀"과 "식민지의 눈물"이 있음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꼭두서니과의 상록 관목"인 커피나무에 흰 꽃이 피고 나면 푸른 열매가 맺혔다가 빨갛게 익는데, 그 열매가 빨갛게 잘 익어야 열매 속의 "생두"가 익는다고 합니다. 그는 느낌표까지 붙여 알려줍니다. 좋은 커피나무 옆에는 반드시 그림자 나무인 "셰이드 트리(Shade Tree)"가 있다는 겁니다. "적도 부근의 뜨거운 햇살을 우산처럼 막아주는 셰이드 트리가 있어야 커피나무가 잘 자란다"는 겁니다.
그는 "나무가 나무를 지켜주는 '동행'과 '우정'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세상 사는 일이 햇살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셰이드 트리를 보며 깨달았다. 동티모르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나는 누구의 셰이드 트리인 적이 있었던가를 곰곰 생각해보는 날이다."고 토로합니다. 저는 이 시인을 만난 적이 없지만 이 시인에 대해 시를 쓴 적은 있습니다.
그의 짧은 글을 읽으니 그의 짧은 시 '새벽'이 생각납니다. 시집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여는 첫 시입니다.
이 새벽 누군가가 먼저 깨어있음을 생각하자
더운 김이 솟는 밥 한 그릇을 받고
길 떠나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
새벽마다 신발 끈 튼튼히 동여매는 형제들이여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먼 이 새벽
힘이여 우리나라의 동터오는 푸른 힘이여
시인은 대개 자기 성의 성주이지만 때로는 한 그루의 "셰이드 트리"임을 알겠습니다. 동티모르 커피를 마시며 그의 시를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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