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집 맞은편에 나무집을 짓고 있습니다. 목재를 세워 벽을 세우니 허공에 방이 만들어집니다.
어제는 저희 아래층에 누군가가 새로 이사를 왔습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집을 짓고 이사하는 건
사람뿐일 겁니다. 사람으로 산다는 건 다른 동물로 사는 것보다 재미있고 보람차지만 때로는 힘겹고 버겁습니다.
역사를 읽다보면 잘 살아가던 사람이 나이들어가며 방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있고,
평생 '기름 칠한 장어'처럼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새해 들어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선 <징비록>부터 읽기를 권합니다.
17세기에 나온 책이지만 21세기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주니까요.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의 첫 노래는 Rod Stewart의
'If only'였습니다. '만일 그러기만 했다면'... 역사책을 읽을 때 자주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징비록>의 저자 유성룡이 얘기하는대로 했으면, '만일 그러기만 했다면' 이 나라는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겁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징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 말미에는 다큐영화 '7년 -- 그들이 없는 언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박완규 씨의 '자유'를 들었습니다. 이 나라 시민들 중엔 이 나라가
얼마나 자유롭지 않은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너무 오래 부자유 속에서 살다보니
그 사실 자체를 잊은 것이지요. 이 영화를 보고 지금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박승준 씨의 <손바닥만한 희망이라도>와,
베이징사범대학교 심리대학원 류샹핑 교수의 <자존감이라는 독>을 읽고,
Aretha Franklin의 'Respect'를 들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엔 '자존감이라는 독'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투의 구호가 박수를 받으면서, 훈육, 훈계, 절차탁마 즉 자신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등은
잊힌 것 같습니다. 자신을 너무 존중한 나머지 남들에게 무례한 사람들도 자주 보입니다.
그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존감이 무언지 제대로 알게 되길 바랍니다.
'문화가 산책' 끝엔 러시아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주연한 영화 '백야'에 나오는 Lionel Richie의 노래
'Say You Say Me'를 들었고, 마지막에는 강추위를 뜨거운 사랑으로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윤시내 씨의 '열애'를 들려드렸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나무집'을 옮겨둡니다.
나무집
집이 사라질 때는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지만
집을 세우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집을 볼 때는
집이라기보다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무로 짓는 집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콘크리트 집 짓는 게 건설공사라면
나무집 짓기는 건축예술이라고 할까요?
목재 기둥을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 벽을 만드니
허공이 있던 곳에 크고 작은 방들이 태어납니다.
저 방에서 사람이 자라고 사랑하고 누워 앓기도 하고
가끔은 저 세상으로 가기도 하겠지요.
생김새와 나이, 생활 형편과 사는 기간은 달라도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저 집 주민 모두 숲을 거니는 마음으로 살면
목재가 되고 집이 된 나무들도 기뻐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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