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텔레비전, 그리고 광화문광장(2017년 1월 22일)

divicom 2017. 1. 22. 11:28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은 영하 10도. 찬 바람이 매서워 더 춥게 느껴집니다. 어제 오후엔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갈 때마다 책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지만 교보문고를 나무할 순 없겠지요. 책을 읽지도 않고 사지도 않는 나라에서 책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지 모릅니다. 앉아서 책 읽으라고 놔둔 의자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는 사람들과 뭔가를 먹고 있는 사람들...  


지하 서점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고 지상으로 올라 가니 영하의 날씨 속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광화문광장으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어제 광화문광장에 모인 사람이 3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 중에도 책 읽는 사람이 있고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정의를 위해 나간 사람도 있고 외로워서 나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떤 이의 삶의 목표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들의 매일은 외로움과 싸우느라 소진됩니다. 책은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나 외로움과 싸우는 사람에게나 친구가 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하는 친구이지요.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추위에도 아랑곳않는 나무와, 방에 갇힌 외로운 사람들응 위로하는 텔레비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노래는 Louis Armstrong의 'What a wonderful world'였습니다. 이 노래는 푸른 나무를 찬미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무는 푸를 때만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 말미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올리비아 뉴튼존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듣고,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박철 시인의 글과 김재홍 씨의 그림이 어우러진 <엄마의 품>과, 심리학자 이재진 씨의 <마음의 역설>을 읽고, 탐 존스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들었습니다. 


'문화가 산책' 끝에는 동요 '설날'을 들었는데 노래 부르는 소녀가 '설날'을 '설랄'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설날'이라고 발음해 거슬렸습니다. 이 소녀만이 아니고 많은 젊은이들이 '설랄' 대신 '설날'이라고 발음하는데 그것은 틀린 것입니다. 우리말 문법엔 자음접변이 있어서 '설날'은 '설랄'이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마지막 노래는 명절 앞두고 더 마음 아플 남북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며 패티김 씨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들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텔레비전'을 옮겨둡니다.



텔레비전

 

오랫동안 친구 노릇을 해주던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습니다.

수리전문가는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이 침묵하니 온 집안이 조용하고

가족들은 오랜만에 텔레비전 대신 서로를 바라봅니다.

아들은 아버지 머리숱이 더 줄었네.

어머니도 주름이 더 는 것 같아.’ 하고,

아버지는 아들 머리가 언제 저렇게 희어졌지?

스트레스가 심한가보구나.’ 하며 안쓰러워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잠깐

텔레비전 없이 살아볼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습니다.

 

자신과 남편은 나이 들어가며 누워 앓는 일이 많아지겠지만

살기 바쁜 아이가 자주 오긴 어려울 거고

그럴 땐 집안의 침묵이 반갑기보단 무겁게 느껴질 테니

텔레비전이 좋은 친구가 될 겁니다.

 

아무래도 새 것을 하나 사야겠습니다.

고칠 수 없는 몸이 되어 떠나갈 때까지

함께 웃고 울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