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재산도 명함도 없이 살다 보니 걱정의 눈길을 받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산중 오두막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 서울 한복판에 사니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받기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저지만 언제부턴가 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행여 자신이 주는 것이 제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마음 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도움을 주면서 '왜 그렇게 사느냐?'는 식의 힐난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는 사람' 노릇만 하다가 '받는 사람'이 되어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주는 행위'가 다 선행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누구에게 뭔가를 줄 때는
정말 예의바르게 행동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선물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젯밤에도 밖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 저보다 먼저 와 있었습니다.
뭔가를 받는 일은 빚을 지는 일... 새벽이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보낸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빚이 곧 저를 살아 있게 하는 빛' 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빚을 언제 다 갚나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빚은 사랑, 사랑으로만 갚을 수 있는 빚!
사과, 모과, 생강, 깨, 수수, 조, 귤, 술, 차, 쌀, 커피잔, 땅콩 반찬...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온이 다시 내려갔다지만 저는 조금도 춥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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