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간으로 사는 걸 그만둔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바깥 세상과의 소통은 오전 9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9시 전에 전화나 문자가 오면 반가워하기보다는 긴장하는 일이 흔합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7시도 안 되어 연락을 하는 일도 있는데,
그 시각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를 보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9시 전에 걸려온 전화는 반가웠습니다.
내년에 미수(米壽: 여든여덟 살)가 되시는 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오늘 시간 있니? 오늘이 동지라며? 시간 날 때 와서 팥죽 먹고 갔으면 하고."
정오 조금 지나 딸기 조금 사들고 어머니댁에 갔습니다.
새알심 대신 쌀을 넣어 끓인 어머니의 팥죽, 참 맛있었습니다.
게다가 팥죽만 먹으면 생목이 오르니 꼭 함께 먹어야 한다며 내주신 물김치는 또 어찌 그리 맛있는지요...
맛있는 걸 먹는 즐거움, 함께 있어도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재작년 동지 때만 해도 한 상에 앉았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여러가지 감정이 몸 안에서 이슬비가 되었다가 폭우가 되었다가 했습니다.
어머니를 포옹하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눈물을 감춰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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