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월 25일, 남북한이 적이 되어 싸운 6.25전쟁 기념일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지 66년, 휴전된 지 63년,
전시에 태어난 아기가 예순 살 넘는 노인이 되었지만 남북한은 여전히 '적'입니다. 전쟁은 중단이 되었을 뿐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 적어도 남북한이 서로를 적으로 삼지 않게 되는 날,
그날은 언제나 올까요?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서방 국가들은 북한을 고립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자유로이 만나고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돼야 무너진 평화를 일으켜 세울 수 있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북한 정권이 아무리 미워도 미국이 하듯 북한을 욕하고 고립시키려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아도 한국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어 내년부터 '인구절벽' 상태에 놓이게 돼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으로 허우적대는 한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의 감소, 사회보험 재정 고갈, 국가 부태의 증가 등을 겪을 거라고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1972년에 102만명에 이르렀던 출생아 수는 2002년 처음으로 40만명대로 떨어졌으며 그 후 계속 줄었는데 작년까지는 43만명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지키기 어렵다고 합니다. 1960년 6.0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추락했다가 다소 증가했으나 2014년 현재 1.21명에 머물고 있습니다.(6월 24일 경향신문 보도) 합계 출산율이 1.21명이라는 건 부부가 낳는 아이의 수가 두 명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모르면 한국인이 아닙니다. 이 나라에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보다 낳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훨씬 많습니다. 지금은 21세기에 들어선 지 16년이나 된 시점이지만, 한국에 태어나는 아이는 출생의 순간부터 20세기식 '발전' 논리와 경쟁에 휘말립니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국영수'의 중요성에 눈 뜨게 되어, 음악과
미술을 왜 배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성공을 위해 힘들게 번 돈을 학원에 쏟아붓고 바쁜 아이는 엄마가 해주는 밥보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에 길들여집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가지만 대학 졸업자 중에 6.25전쟁이 언제 일어나 어떻게 중단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을 보면 더더욱 기가 막힙니다. 이 나라는 편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나라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현재 한국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25기여서 한국은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이라는 게 연합뉴스 신선미 기자의 보도입니다. 내년 여름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되지만 신고리 5, 6기가 완공되고, 경북 울진에 신한울 3, 4호기, 영덕에 천지 1, 2호기가 추가 건설되면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33기로 늘게 된다고 합니다. 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원전은 왜 자꾸 짓는 걸까요?
미국엔 99개의 원전이 있고, 프랑스에 58기, 일본에 43기, 러시아에 35기가 있으며, 중국은 현재 32기이지만 22개를 새로 건설 중이고, 인도엔 21기가 가동 중인데 6기를 추가 건설 중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이 나라들과 비교하며 한국의 원전이 많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나라의 크기와 인구를 생각해야 합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한반도의 반쪽에 왜 그렇게 원전을 지어야 하는 걸까요? 경북 울진, 고리 지역에 원전을 집중시켜 놓았다가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이 나라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인재(人災)' 국가이니까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긴 쉽지만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출산율이 낮다는 건 한국사회를 제대로 읽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는 반증일지 모릅니다. 역사엔 외국의 침략보다 내정
실패와 내분으로 망한 나라가 많습니다. 이 나라가 제 조국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안타까움이나 분노
없이, 다만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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