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2016년 5월 24일)

divicom 2016. 5. 24. 09:15

행동하는여성연대가 남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일임금의 날제정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이 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36.6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6퍼센트)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여성연대는 어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일임금의 날' 정책 토론회를 열고 고용평등주간인 매년 5월 넷째 주 

월요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제정하자고 했습니다.


이 나라처럼 무슨 날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겁니다. 5월의 경우 달력에 인쇄된 9일입니다. ‘동일임금의 날이 

제정되면 10개의 이 생기는 겁니다. 4월 달력엔 11개의 이 있습니다. 3일 중 하루가 특별한날인 것이지요.

 

이 많다는 건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물론 날 중에는 과거의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자는 기념일도 있지만, 대개의 동일임금의 날처럼 사회적 문제를 함께 풀자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나라의 달력에 인쇄된 의 수와 그 사회의 숙제 수는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 수는 사회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OECD 회원국 중에,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 중에, 이 나라처럼 이 많은 날도 없을 겁니다. 이 나라는 돈은 많을지 몰라도 후진국입니다. 이 나라가 후진국이라는 말이 납득되지 않는 사람은 뉴스를 보고 읽지 않는 사람입니다.

 

후진국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단지 00라는 이유만으로차별당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입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월급을 조금 받고,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울면 안 되고, ‘단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폭력에 시달리고,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취직이 안 되고, ‘단지 미혼모의 아이라는 이유만으로어머니와 떨어져 입양을 가야하고,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에서 배제되고... 이 나라엔 단지 00라는 이유만으로차별당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후진국입니다.

 

여성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동일임금의 날 제정은 실질적인 여성 권한 확대와 남녀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조치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방안이 될 중요한 시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유럽과 달리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을 점검하는 기재가 없는 한국에서는 동일임금의 날을 제정하는 것이 남녀 임금 격차 문제를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인순 대한민국국회 입법심의관도 "한국은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을 규정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책적 조치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여성의 임금 불평등 문제는 비정규직, 저임금, 임금성차별, 유리천장, 유리벽 등 여성 경제활동에서의 다양한 질적인 문제의 집약적 결과"라며, 빠른 시일 내에 동일임금의 날을 제정해 공정한 임금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영국의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38)을 맞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점수 2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세부 지표를 보면

25~64세 인구 중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7.6퍼센트 적었고, 경제활동 참여 비율도 21.6퍼센트 적었으며, 여성 고위직은 전체 고위직 중 11퍼센트, 회사 이사진 중 여성 비율은 2.1퍼센트, 의회 내 여성 비율도

16.3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남녀의 임금 차이는 이 나라에서 특히 심하지만 이 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05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하는 등 문제의 해결을 노력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에게 각기 특화된 권고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연대는 28일까지 전주, 대구, 창원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동일임금의 날의 취지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런 노력이 꼭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자들이 일을 못하니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데, 일 잘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일 못하는 남자가 있고, 이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일단 남녀에게 동일한 임금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엔 성별 상관 없이 벌칙으로 임금을 줄이면 되겠지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적은 임금을 받게 하는 것, 이것은 지극히 불공평하고 후진적인 제도입니다. '여자들이 일을 못하니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라고 말하는 남자들도 자신의 아내나 딸이 일터에서 이런 불평등을 겪는다면 가만히 있기 힘들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도 일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자를 기쁘게 하는 일 말고 달력을 좀 정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달력에서 필요 없는 들을 지우고, 사회적 문제의 부각을 위해 필요한 새 들을 적어 넣는 것이지요.

'보건의 날' '법의 날' '철도의 날' '부부의 날'... 수없이 많은 날들 중에서 어떤 날들을 지워야 하느냐고요? 그것을 판단하는 것 또한 공무원들의 일입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