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덕에 세상은 밝아도 공기는 뿌연 아침, 소설가 한강 씨가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하루에 겨우 23분 정도 책을 읽는 국민들에게 문학상수상 소식이 뉴스가 된다는 게 실소를 자아냅니다. 책을 읽진 않으면서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흥분하는 국민과 언론,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상을 받았으니 흥분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언제부턴가 이 나라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한국인들은 바깥세상에서 인정 받아 '국위를 선양'하고, 정부는 19세기나 20세기에나 있을 법한 일을 함으로써 바깥세상의 조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이번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한 것도 정상적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아주
이상합니다. 광주를 '민주화성지'로 기념하면서 그곳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과 유가족들이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을 금한다는 것, 이상하지 않습니까?
박근혜 정부 들어 악화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 가장 실감나는 건 공기의 악화입니다. 말 그대로 숨 쉬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거리엔 연비와 배출가스량을 속인 디젤 차들이 질주하고, 저만치 빈 아파트들이 잔뜩 있어도 이 동네 저 동네를 '재개발'해 아파트를 세우느라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납니다. 공기가 나빠지면 동식물의 체질도 삶도 나빠질 겁니다. 사람도 동물이니 예외가 아니겠지요.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의 공동연구진이 조사한 '환경성과지수 2016'을 보면, 숨쉬기 힘들다고 느끼는 게 기분 탓이 아닙니다. 한국은 조사대상 180개 나라 중 80위에 해당되는 환경성과지수를 기록했는데, 2014년 조사에서는 43위를 차지했으니 2년 만에 공기가 심하게 악화됐음을 수치로 알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오늘 자 사설에서 이
나라의 공기가 이렇게 악화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탄소 저감과 환경개선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분석합니다.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648일 12시간 24분 남았다고 합니다.
이 긴 시간 우리는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해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나라의 악화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까요?
한강 씨에게 축하를 보내며, 그를 비롯해 글 쓰는 사람들 모두가 써야할 글을 씀으로써 세상의 악화를 막는 데 기여해주길 빕니다. 바로 '님을 위한 행진곡' 같은 글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5전쟁 발발 66년, 한국(2016년 6월 25일) (0) | 2016.06.25 |
---|---|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2016년 5월 24일) (0) | 2016.05.24 |
지하철역 파우더룸 유감(2016년 5월 7일) (0) | 2016.05.07 |
413선거와 416기억저장소 (2016년 4월 12일) (0) | 2016.04.12 |
꽃도둑과 박근혜 대통령(2016년 4월 1일) (0) | 201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