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다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일각에서는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고 일각에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하고... 마침 한겨레신문의 김의겸 선임기자가 반 총장의 숨은 면모를 알려
주는 글을 썼기에 여기 옮겨둡니다. 기사가 길어 군데군데 덜어냈습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이 생략됐음을 뜻하며 기사 원문과 관련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45351.html?_ns=t1
찬사와 폄하, 우리가 몰랐던 반기문의 '민낯'
“위인으로 떠올랐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남정호 중앙일보 기자의 책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너무도 무능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다.”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한 사람을 두고 나라 안팎의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 이런 극단의 상황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진짜 얼굴’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그의 민낯을 들여다보고자 미국 뉴욕 외교가의 소식통들과 언론인들로부터 얘기를 들어봤다....
반기문은 유엔의 사무총장이다. 유엔의 공보실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행한 업무에만 관심이 있다. 한국 정치와 관련된 반기문의 동향은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따로 챙긴다. 우리나라 외교관 출신인 김원수 사무차장은 유엔 군축고위대표도 맡고 있다. 무기거래·핵무기·대량살상무기 등 유엔의 군축·무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가 ‘가욋일’로 반기문 총장의 ‘정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한국 언론 동향은 군축 부서에서 일하는 유엔 직원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유엔 직원 역시 한국인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가 반 총장의 외교부 선배다. 외신들이 “반기문 사무총장이 한국인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유엔의 사무총장은 늘 감시받는 대상이다. 5개의 상임이사국뿐만 아니라 193개 회원국들이 사무총장의 동선에 관심이 있다. 자신의 국익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공개적으로 한국인들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인이 뉴욕에 오면 반 총장은 잠시라도 시간을 내 만난다. 물론 비공개다. 그 만남은 주 유엔 한국대표부나 뉴욕의 총영사관이 주로 주선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별명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반반(半半)이다. 뭔가 애매한 어법 때문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 적당한 처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반반(潘半)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반(潘)기문의 반(半)만 해도 성공한다’는 뜻이란다. 그만큼 반기문 총장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거다.
반 총장의 부지런함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는 1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객지에서 보낸다. 한 해 평균 45개국, 43만여km를 돌아다녔다. 지구 둘레가 4만km이니 1년에 지구를 10 바퀴 이상을 돌아다닌 셈이다. 올 연말 10년 임기를 마치면 지구 100 바퀴를 돌게 된다. 기네스북에 오를 수도 있다. 코피 아난 전임 사무총장의 해외 일정은 헐렁했다. 공식 일정 하루 전에 출장지에 도착해 쉬고, 뉴욕에 돌아와서도 하루 정도는 휴가였다. 그러나 반 총장은 출장을 가도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일하는 일벌레다. 가나의 귀족 출신과 한국의 빈농 출신의 차이점으로 해석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유엔 내부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한다. “해야 할 일은 놔두고 생색나는 곳만 돌아다닌다”는 비판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유엔 사무조직을 이끄는 ‘조직의 수장’ 성격이 강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그가 바쁜 해외 일정 때문에 협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이 반기문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민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뉴욕 외교가에서도 이런 조짐은 이곳저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반 총장의 대외 활동비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대통령 수준의 연봉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니 40만달러(약 4억8천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은 판공비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전직 사무총장들은 직원들하고 밥을 먹어도 제 밥값을 각자 내는 ‘더치 페이’를 했다. ‘동양의 예법’으로는 너무 어색하다. 그래서 반 총장은 사재를 털어 밥을 사고 와인을 대접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뉴욕 외교가는 주 유엔 한국대표부가 반기문 총장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반 총장이 주재하는 자리에는 대개 주 유엔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나 직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최측근인 윤여철 외교관이 지난 2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윤 비서관은 2006년 11월 반 총장이 선출된 뒤 그를 보좌하기 위해 외교부에서 유엔으로 파견됐던 ‘반기문 사람’이다. 그는 반 총장을 위해 일하다 지난해 10월에야 귀국했다. 꼬박 9년 동안 반기문 총장을 모셨으니 반 총장의 가족과도 막역한 사이다. 그런 윤 비서관이 이번엔 청와대로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니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 사이의 ‘연락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방문 기간 동안 반 총장과 일곱 차례나 만나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반기문 총장의 또다른 별명은 ‘기름바른 장어’다. 아무리 곤란한 질문을 해도 쏙쏙 잘도 빠져나가서 기자들이 붙여준 것이다. 이 별명은 어느새 한자어로 변형돼 기름 유(油)에 뱀장어 만(鰻)을 쓰는 ‘유만’이 되었다. 반 총장은 이 별명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어느 한학자를 찾아가 유만을 다른 뜻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움직일 유(走 변 + 崔에서 위 山 뺀 글자)에 일만 만(萬)을 쓰는 유만 즉 ‘세상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바꿨다. 반 총장은 가끔씩 사석에서 “내가 별명을 바꿔서 세계의 대통령이 됐다”는 농담을 했다. 한국의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이상 유만(油鰻)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정 유만(萬)하고자 한다면 유만(油鰻)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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