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2016년 6월 9일)

divicom 2016. 6. 9. 09:01

제 기억이 맞다면 6월 9일은 한국일보 창간 기념일입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장기영 사주가 떠오릅니다. 신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분... 지금 신문과 방송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 몇이나 그분처럼 보도를 '사랑'할까요? 어쩌면 한 사람도 없을지 모릅니다. 


시대의 변화는 언론 운영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와 계층에서 목격됩니다. 한때는 섬마을 어린이를 지도하기 위해 찾아온 여자 선생님이 섬마을 사람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았지만, 이제 섬마을은 객지에서 파견된 교사들에게 두려운 곳,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됐습니다. 


신안군 섬마을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후 모 방송국에서 그 섬마을 주민을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인터뷰를 보지 못했는데, 그것을 본 사람 하나는 '너무도 기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한 주민이, '돈 있고 권력 있는 놈들은 더 한 짓도 저지르는데 뭐 그 정도 일을 갖고 그러느냐'는 투로 애기하더라는 겁니다.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선의와 성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악행의 피해자가 되는 시절,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입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이 사건을 다룬 사설이 

실렸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던지는 충격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가해자 3명 중 2명이 학부모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윤리의 한계선마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난달 22일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박아무개(49)씨는 육지에서 갓 돌아와 자기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여교사를 주민들과 합석시켜 과도한 음주를 권했고, 관사에 데려다주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별일 없는지 살펴보라’는 박씨의 전화를 받고 관사에 도착한 다른 가게 주인 김아무개(39)씨도, 애초 박씨와 합석했던 주민 이아무개(34)씨도 잇따라 흉심을 드러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 게다가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보호는커녕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의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사전 공모’ 여부까지 포함해 이들의 파렴치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죗값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엄중히 조처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전남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섬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은 섬들이나 오지에서의 사고 위험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에도 신안군내 다른 섬마을 학교에서 관사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여럿 발생해 전교조가 보안시설 개선을 요청했던 사실도 이런 우려가 터무니없는 게 아님을 말해준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2주가 지난 뒤에야 보고받고는 여교사의 도서벽지 발령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교사가 75%선에 이르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 뒤 관사 전체에 폐회로티브이를 우선 설치하고, 이달 안으로 관사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한 뒤 종합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논란 속에 일선 교육청에 위험 및 노후시설 개선 등 필수예산마저 압박해온 교육부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관사 안전대책뿐 아니라 여교사들의 인권·교권 보장은 물론, 일부의 오도된 성의식 문제까지 우리 사회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