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손님'과 '동물농장'(2016년 5월 15일)

divicom 2016. 5. 15. 12:24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손님'에 대해 생각해보고, 안치환 씨의 '솔아 푸르른 솔아', 올리비아 뉴튼 존의 'The Long and Winding Road', 아리사 프랭클린의 'You Make Me Fee Like a 

Natural Woman', 해피 벨라폰테의 'Jamaica Farewell', 테너 임웅균 씨의 산노을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언제나처럼 1, 2부 후에 뉴스를 잠시 듣고 3부 '고전 속으로'에서 책을 읽었는데, 2부 끝곡은 사이먼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였고, 3부 시작 곡은 김추자 씨의 '거짓말이야'였습니다. '거짓말이야'를 들은 건 

'고전 속으로'에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바야흐로 거짓말의 시대입니다. 어려 직업인들 중에서도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제일 잘한다고 하지요. 오웰이 

1943년부터 '동물농장'을 쓰기 시작해 1945년에 출판했을 때 그는 러시아혁명 후 전체주의 소비에트로 치닫던 

스탈린을 염두에 두었지만, 오늘날 그 소설은 모든 독재적 권력자들의 횡포를 비난하는 우화로 읽히고 있습니다. 


지난 9일 36년 만에 열렸다 폐막된 북한 노동당 제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북한 노동당대회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동물농장'이 떠오릅니다.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명작이지만, 한반도에 사는 사람은 특히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은 영어 원서로 읽으면 좋겠습니다. 길이도 짧으니까요.


'오늘의 노래'는 어제 부처님오신 날에 맞추어 불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가요 '사랑도 미움도'를 들려드렸는데, 

권은경 씨가 부른 원곡이 방송국에 없어서 이영화 씨가 부른 것을 들려드렸습니다. 노랫말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열정적으로 부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손님'을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님

 

외국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습니다.

친구가 묵을 방을 청소하다 보니

구석구석 쌓인 먼지가 한겨울 눈 같습니다.

 

명심보감에 인용된 경행록 구절이 떠오릅니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면 집안이 천해지고

시서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는 말이지요.

 

손님의 눈으로 저와 제 집과 제가 사는 동네를 바라봅니다.

늘 보던 나무들, 어린아이들, 노인들...문득 반갑고 신기하지만,

가끔 저건 저렇지 않으면 좋겠는데하는 생각도 듭니다.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제 인생의 손님들입니다.

그들 덕에 웃으며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그들 때문에 화내며 저를 돌이켜본 적도 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백지처럼 외로웠을 거고

제 마음의 키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겠지요.

 

친구가 집으로 돌아갈 때

우리 집에 머물렀던 시간이 좋은 추억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구별의 손님인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꼭 다시 한 번 우리 집의 손님으로 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