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장미 향기 그윽한 골목에 대해 얘기하고, 이양하 씨의 수필 '신록예찬'을 읽고, 별이 된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첫 노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아리아 '축배의 노래'였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세계 3대 문학샹 중 하나라는 맨부커(국제)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 씨를 축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수상이 한국인들의 독서 습관을 살려내는 데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 째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이었습니다. 오늘 결혼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며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3부 '고전 속으로'를 시작할 때는 브라더스 포의 'The Green Leaves of Summer'를 듣고, 이양하 씨의 '신록예찬'을 읽으며 그 수필을 칭찬한 많은 사람들과 그 칭찬이 잘못된 것이라고 평한 평론가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백성으로서 정치사회적 주제를 젖혀두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던 지식인... 문득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떠오릅니다.
'오늘의 노래'는 김말봉 작사, 금수현 작곡의 '그네'였습니다. 김말봉 씨는 금수현 씨의 장모, 금수현 씨는 지휘자
금난새 씨의 아버지...예술가 집안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겠지요.
마지막 노래는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들었습니다. 내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꼭 7년 되는 날입니다. 저 하늘의 별이 되셨을 노 대통령님, 차마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장미'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전곡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미
좁은 골목에 장미 향기가 가득합니다.
빨간 장미 노란 장미 덕에 낡고 기울어진 담이
행복한 노인 같습니다.
장미는 꽃과 향기도 아름답지만
그 기백이 더욱 갸륵한데요,
남의 손을 타지 않으려 가시를 내는가 하면
편안한 담장 안을 벗어나려고
죽어라 애를 씁니다.
크고 작은 집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넝쿨장미처럼 이어집니다.
태어남과 꽃 피움, 자존심과 아름다움, 용기와 죽음까지...
골목은 생각을 자아내는 학교 밖 교실이지만
이 귀한 공간이 요즘 자꾸 사라집니다.
오래된 동네를 재개발해 정비한다는 분들,
제발 마음의 눈을 뜨고 저 장미 좀 보아주세요.
장미 그늘 골목에 눈 감고 서서 저 그윽한 향내를 맡아보세요.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생각 교실’... 부디 손대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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