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자연재해와 파우스트(2016년 5월 1일)

divicom 2016. 5. 1. 22:44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자연재해와 <파우스트>에 대해 생각해보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Torna A Surriento(돌아오라 소렌토로)' 룰루의 'To Sir with Love', 스키터 데이비스의 

'The End of the World', 4월과 5월의 '구름들의 보금자리' Bee Gees의 'First of May'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첫 노래는 정여진 어린이의 '꽃밭에서'였고, 3부 시작할 때는 스키터 데이비스의 노래를 듣고, 이반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자연'을 읽었습니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있습니다. 자연재해가 야기하는 두려움 앞에서 종교를 찾는 사람도 있고, 자연을 해친 인간들이 벌을 받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투르게네프는 자연에겐 선악, 이성, 정의 같은 것은 없으며 그런 것은 인간사회에 적용되는 개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세계에서는 지렁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며 인간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투르게네프는 80여 편의 산문시를 썼는데, 그 중에 '대화'라는 시가 있습니다. 알프스산맥의 두 거봉인 융프라우와 힌스테라아르호른의 대화인데, 여기서 인간은 '두 발 달린 벌레'로 묘사됩니다. 또 그의 걸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아버지와 아들>에는 '자연은 사원이 아니라 공장이야, 인간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지'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러면 인간을 특별대우하지 않는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투르게네프는 '자연'에서 '너희들(인간들)은 너희들대로 자기 자신이나 지키도록 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진, 화산 폭발, 홍수 등, 자연 재해는 지구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늘 있어왔다, 그러니 대비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마지막으로 들려드린 노래는 지난 4월 21일 갑자기 세상을 떠난 천재 뮤지션 프린스의 'Purple Rain'이었습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파우스트'를 옮겨둡니다. 


파우스트

 

사람들은 가끔 무인도에 홀로 책 한 권만 갖고 가야 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느냐고 묻는데요,

 

무인도에 혼자 있을 때 만날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두려움일 테니

그것을 잊게 하는 책을 가져가야겠지요.

한참 고민하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선택합니다.

괴테 같은 천재가 평생에 걸쳐 쓴 작품이니

저 같은 사람은 평생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 거고

외로움을 쫓는 데 그만일 겁니다.

 

<파우스트> 속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합니다.

네가 인간이 가진 최고의 힘이라 할 수 있는 과학과 이성을

경멸한다면, 사기와 협잡으로 부정직을 교사한다면,

그러면 나는 너를 절대 놓아주지 않으리라.

운명이 네 영혼으로 하여금 천방지축

앞으로만 내닫게 하리라,

너무 서두르며 맹렬하게 달리다가

지상의 쾌락에 곤두박질치게 하리라...”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을 읽으니

과학에 무지한 제가 매일 즐겁게 사는 게 옳은가 반성하게 됩니다.

악마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파우스트>,

무인도에 갈 일은 없겠지만 세상이 무인도처럼 느껴질 때는

<파우스트>를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