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나이, 그리고 '악한 자의 가면'(2016년 2월 14일)

divicom 2016. 2. 14. 12:12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으며, 나이가 무엇인가, 얼굴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노래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노래의 날개 위에(Auf Flugeln des Gesanges)'였고,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 다음에는 테너 박세원 씨의 '보리밭'을 들었습니다. 


3부 '고전 속으로' 시작 전에는 Sting의 'Shape of My Heart'를 듣고, 독일이 낳은 위대한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시 '악한 자의 가면'을 읽었습니다. 얼굴은 시간과 함께 변하는 가면입니다. '악한 자의 가면' 

같은 얼굴로 늙지 않으려면 마음을 바로 써야겠지요. 인상이 결국 심상(心相)이라니까요. 


김영록 걷기여행가와 함께 하는 '걷고 싶은 길'에서는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의 동백나무숲을 걷고,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부르는 '하바네라(Habanera)'를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하바네라'는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오늘의 노래'는 'I.O.U. (I Owe You)'였습니다. 원곡은 Lee Greenwood가 불렀지만 음원이 없어서 독일 듀엣 

Carry & Ron의 노래로 들었습니다. 오늘 들은 여러 곡 중에서도 글렌 캠벨(Glen Campbell)의 'Time'과 산타나

(Santana)의 'Africa Bamba'의 여운이 깁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나이'와, 브레히트의 시 '악한 자의 가면'을 옮겨둡니다. '악한 자의 가면'은 같은 제목의 시집에 실려 있습니다.



나이

 

설 지나고 나이가 한 살 많아졌습니다.

나이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이처럼 비싼 것도 없을 겁니다.

 

나이 한 살을 먹으려면 일 년 동안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어떤 일 년은 조금 가볍고 어떤 일 년은 더 무겁지만

일 년을 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싼 값을 치르고 한 살 더 먹었으니

그만큼 넓어지고 깊어지고 싶습니다.

옳고 그른 것은 따져야 하겠지만

옳은 것에 그늘은 없는지, 그른 것에 억울한 건 없는지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나누는 눈은 남아 있겠지만

그 눈이 왜곡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으니

눈 감고 보는 시간을 늘리겠습니다.

나이는 자유를 향해 가는 기차...

그 역이 한 정거장 더 가까워졌습니다!


악한 자의 가면


내 방 벽에는 일본제 목제품,

금빛 칠을 한 악마의 가면이 걸려 있다.

전율하며

불거져 나온 이마의 핏줄을 보니

사람이 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