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세상의 모든 딸들(2016년 1월 24일)

divicom 2016. 1. 24. 12:17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 체감온도는 25도였다고 합니다. 바닥을 친 수은주가 이제 차츰 올라 열흘 후면 입춘이 오겠지요. 추위에 지지 마시고 이기려고도 마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FM 95.1MHz)' 시간에는 Elton John의 'Believe', the Platters의 'My Prayer', 최진희 씨의 '어머니', Ace of Base의 'C'est la Vie'도 들었습니다. 3부 '고전 속으로' 시작 전엔 1956년 영화 '전쟁과 평화'에 나왔던 쇼팽의 '화려한 대 왈츠(Grande Valse Brillante: Waltz No. 1 E flat major: 왈츠 1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18)'를 듣고,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습니다.


새해 벽두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더욱 악화된 남북관계와 기다렸다는 듯 B-52 폭격기를 띄우는 미국 정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사드(THAAD)'를 들여오자는 사람들... 그러나 사드는 긴장을 증폭시킬 뿐 완화시키는 것은 아니지요. 대통령과 장관들 등 권력 가진 사람들과 재벌기업들의 임원을 비롯한 돈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위해 거리에서 빌딩에서 인터넷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나라... 제 정신을 유지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인 세 명 중 한 명은 지난 일년 내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친 것은 러시아의 깨어 있는 민중이라며 민중을 찬양했는데,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을까요? 페레스트로이카 초입, 출장 중에 모스크바에서 본 풍경이 떠오릅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눈 덮인 길에 서 있던 시민들 대개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일본 출장길에 온천 마을 벳부에서 본 풍경도 떠오릅니다. 온천으로 먹고 사는 동네에 아주 큰 서점이 있었고 그 서점엔 밤에도 손님이 많았습니다. 


겨울은 추워서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으니 책 읽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쉬운 책보다는 어려운 책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쉬운 책은 고작 자기를 확인하게 하지만 어려운 책은 뇌의 근육을 키워주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니까요.

<전쟁과 평화>는 어렵진 않지만 길어서 --다섯 권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대학생이라면 <전쟁과 평화> 요약본 원서를 읽어도 좋겠지요. 요약했다고 해도 500쪽이 조금 넘지만. 


2016년 시작과 함께 세상을 등지는 록커들이 많습니다. 지난 19일에는 Eagles의 보컬이며 기타리스트인 Glen 

Frey가 타계했습니다. 그를 생각하며, Eagles의 'Hotel California'도 들었습니다. '오늘의 노래'에서는 '상선약수'를 모토로 사시다 떠나신 신영복 선생님을 추모하며 이문세 씨와 조영남 씨가 함께 부른 '흐르는 강물처럼'을 

들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추위를 이기자는 의미로 Pete Seeger의 'We shall overcome'을 들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세상의 모든 딸들'을 옮겨둡니다. 한때 딸이었던 사람이 어머니가 되고 그 어머니가 다시 딸을 낳고 그 딸이 다시 어머니가 되는... 이 아름다운 뫼비우스의 띠가 '세상의 모든 딸들'을 하나로 엮어줍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

 

어머니는 여든일곱에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 비결은 사랑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신 적은 없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그냥 압니다.

 

사소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점심을 먹고

잠시 걷다가 예쁜 카페에 들어갑니다.

카페의 여주인이 어머니와 따님이 함께 계시니 참 보기 좋은데

저는 아들뿐이니 어쩌죠?”하며 서운한 듯 웃습니다.

 

제게도 아들뿐이지만 딸 있는 사람이 부럽진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내 어머니처럼 생각하듯

세상의 아들딸들을 다 내 아이처럼 생각하자고

마음먹어서일까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합니다.

버스의 노약자석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젊은이가

서 계신 어머니를 뒤늦게 보고 일어납니다.

역시 우리 아들입니다.

 

마침내 헤어질 시각, 어머니는 잘 놀았다며 행복해 하십니다.

선물은 무정한 사람들도 주고받으니 선물 때문에 행복하신 건 아니고

딸이었던 어머니가, 어머니가 된 딸과 함께 한 시간,

사랑을 주고받은 그 시간이 행복하신 거겠지요.

 

막 헤어진 어머니가 벌써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