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방송기자와 카메라기자가 생방송 중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현지시각 26일 버지니아 주 베드포드 카운티의 지역 방송사 WDBJ의 앨리슨 파커(24)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27)가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프랭클린 카운티의 한 복합 휴양시설에서 지역 상공회의소 대표 비키 가드너를 인터뷰하고 있었으며, 가드너도 등에 총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후 카운티와 주 경찰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함께 용의자 추적에 나섰는데, 용의자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은 이미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방송사의 전직 기자로 입사 11개월 만인 2013년 2월 '분열적 행동'으로 해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범행 직후 경찰의 추격을 피해 차를 타고 도주했으며, 자신의 SNS에 범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지만, 사건 발생 5시간 후인 오전 11시 30분쯤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합니다.
플래내건은 범행 후 약 2시간 뒤 팩스로 23페이지의 ‘자살노트’를 ABC 방송사에 보냈는데, 그 노트에서 그는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찰스턴의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인종전쟁을 선동하고 싶었다”고 적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어떤 언론도 플래내건이 흑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는 흑인입니다.
이 기사를 보니 며칠 전에 읽은 기사가 떠오릅니다. 미국에서 대형 총기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라는 댈러스 발 연합뉴스 기사였습니다. 장현구 특파원은 그 기사에서 미국 앨라배마대학 형사행정학과의 애덤 랭퍼드 부교수를 인용하여,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을 지탱하는 원천이자 세계 초일류 국가로 이끈 원동력으로, 평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만의 독특한 신화이지만, 이 긍정적인 뜻의 이면에는 꿈을 이루지 못하면 큰 좌절을 맛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고 썼습니다.
랭퍼드는 현지시각 24일 열린 제110회 미국사회학회(ASA) 연례 총회에서 미국을 포함한 171개국에서 발생한 대형 총기 사고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가 말하는 '대형 총기 사고'는 '강도, 인질, 갱단 폭력 등을 제외하고 불특정 일반인을 겨냥해 4명 이상을 살해한 사건'이며, 그는 1966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 사례를 모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총기 사건 용의자의 절반 이상이 화기를 최소 2정 이상 사용했으며, 총기를 복수로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은 다른 나라보다 3.6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인구는 세계 전체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류는 2억 정이 넘어 미국인은 전 세계 대형 총기 사건 용의자의 31%를 차지하는데, 랭퍼드 교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가득한 미국에서 꿈의 실현을 차단당하거나 직장 동료와 관계가 부정적인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큰 압박을 느낀다... 용의자의 우울증, 정신분열증, 피해망상, 자아도취증이 결합되면, 왜 미국에서 총기 참사가 자주 발생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는 호주의 경우 총기 참사 후 포괄적인 총기 통제법을 만들었다며, 미국도 총기 유통을 줄이면 총기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영화 '벤허'를 보고 그 주인공 찰톤 헤스톤을 좋아했지만 그가 1998년부터 5년 동안이나 미국총기협회 회장으로 '활약'했음을 알고는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미국만 못한 게 많지만 총기를 통제하는 것만은 아주 잘하는 일입니다. 허가 받지 않은 총기 소지를 영원히 금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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