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시자, 한 잔의 술!(2015년 8월 19일)

divicom 2015. 8. 19. 07:53

우리나라의 술(알코올)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고, 그로 인해 수명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매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는 지난 5월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4년 알코올 및 건강 세계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가 실렸는데, 그 기사에 따르면 술에 의한 수명 단축 정도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기사의 목적은 음주의 폐해를 강조해 한국인이 술을 덜 마시게 하는 데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럼 어쩌란 말인가, 술도 마시지 않으면 이 이상한 나라에서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산과 목숨을 나라의 해방과 독립에 바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친일파의 자손들은 부와 권력을 쥐고 승승장구하는 나라, 청년 실업률이 10%나 되고 1529세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33.1나 되는 나라, 청소년이 교양시민이 되기 위한 준비를 위해 진학한 학교에서 교사들의 성추행에 시달리는 나라, 대학생들이 고등시민이 되기 위해 다니는 학교에서 교수들이 저지르는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나라, 그러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발설하지 못하는 나라, 초등학생의 60%가 방과 후 매일 두 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며 스트레스를 받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어떻게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세계 평균의 두 배나 술을 소비하면서도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리는 국민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니,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 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을 마셔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증가일로입니다. 통계청이 광복70주년에 맞춰 내놓은 통계를 보면, 2013년 현재 남성 수명은 78.5, 여성 수명은 85.1세로 늘었습니다. 1970년에는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짧았던 기대수명이 1986년에 69.1세가 되어 중국을 넘어섰고 2002년에는 77.0세로 미국도 앞질렀습니다. 물론 늘어난 수명이 바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12년을 기준으로 66.0, 기대수명 81.4세와는 15.4년의 차이가 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병고(病苦)를 호소하는 노인 천지입니다.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전전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늙으면 아픈 게 당연합니다. 젊어서부터 골골하던 저도 생물학적 노인이 되니 더 앓아눕는 일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생로병사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병고는 인간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길에 동반하는 친구이고, 오래 살면 좋은 일보다는 아플 일이 많아집니다. ‘장수는 천복이었던 시대엔 회갑을 넘겨 사는 사람이 드물었으나 평균수명이 여든을 넘긴 오늘날엔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이 음주로 인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손실을 본다는 분석을 내놓았고한국의 보건복지부는 음주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2013년 기준으로 23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술은 마셔야 합니다. 타고난 체질 때문에, 혹은 체력이 약해 마실 수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마실 수 있으면 마셔야 합니다. OECD는 술값을 인상하고 알코올성 음료에 대한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모든 회원국에 통하는 제안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술을 마셔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질환을 다소나마 피할 수 있고 고통스러운 노년의 증가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단, 주정은 안됩니다. 술을 마셔서 정신을 이완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시끄럽고 추한 주정으로 이어져선 안됩니다. 주정꾼이 많아지면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나라가 더 살기 힘들어질 테니까요. 

 

이 기사로 인해 술값이 오를까 걱정입니다. 대기업 법인세의 인상과 징수엔 게으르고, 모든 국민이 내야 하는 간접세를 올리는 데는 부지런한 정부가 담뱃값을 올렸듯 술값도 올릴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신문엔 이상한 뉴스가 잔뜩입니다. 아침부터 술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