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북한 사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015년 8월 22일)

divicom 2015. 8. 22. 10:27

전쟁을 할 듯이 떠드는 남북한을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힙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 이기는 것'이라 하는데, 남북한은 양편 다 패자가 될 게 뻔한 싸움을 하겠다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부부싸움을 해본 사람은 다 압니다. 한쪽이 격앙되어 소리지를 때 다른쪽도 함께 소리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성난 손에 잡힌 집기들이 날아다니고, 부부가 말싸움 끝에 몸싸움까지 벌이면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울지만 집 밖의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조소할 뿐 개입하지 않습니다. 싸우는 사람들이 음식점이나 가게를 운영하면 주변 상인들은 오히려 신이 납니다. 그 집으로 가던 손님들이 자기네 가게로 올 테니까요.


남북한이 싸우면 누구에게 이롭습니까? 경제! 경제! 하면서 왜 경제적으로 이롭지 않은 충돌을 불사하겠다고 소리칩니까?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20일에 남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이날 5시부터 48시간 안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시설을 철수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고 했고, 남쪽은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니 북한의 위협에 밀려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진 않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양측 군대는 '준전시상태'에 들어갔고, 포격의 영향이 미칠 지역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한 상태입니다. 


남북의 지도자가 모두 부모 덕에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라서 그럴까요? 하는 행동이 어찌 그리 같은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피해를 입는 건 남북한 국민들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에는 도움이 되지 피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나라들 모두 하나마나한 말만 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 있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한국인 출신으로 처음 그 자리에 오른 반 총장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여름 휴가 중일까요? 한국인이 아니어도 지금은 유엔 사무총장이 나서서 한마디하거나 한반도로 날아와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인이면 더구나 나서야 합니다. 유엔이 추구해야 할 평화는 분쟁을 막는 데 있지 분쟁이 일어난 후 양측을 다독이거나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한때 한국의 대통령감으로까지 거론되던 반기문 총장,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이 글을 쓰고 나서 반기문 총장이 남북한 사태에 대해 한마디했다는 뉴시스 통신 기사를 보았습니다. 유엔 발 중국 신화통신 뉴스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뉴시스 기사 일부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사의 내용을 보니 반 총장의 말이 주변국들의 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밖엔 없는 걸까요?


(유엔=신화/뉴시스)이수지 기자

에리 카네코 유엔 부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반 총장이 20일 발생한 남북한 포격 사태와 관련해 현 상황을 심각한 우려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관련국들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더는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 총장이 남북한을 비롯해 당사자들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도록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