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스물을 갓 넘긴 청년 둘이 발과 다리를 잃었다는 기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21세 하모 하사는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잃었고 23세 김모 하사는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다고 합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은 나라에서, 장애인에게 무수한 사회적 장애물을 안기는 이 나라에서, 이 청년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야 할까요?
김 하사는 지뢰가 묻힌 통문을 먼저 무사히 통과했으나, 하 하사가 뒤이어 통과하다 지뢰를 밟자 그를 통문 밖으로 끌고 나오다가 지뢰를 밟았다고 합니다. 그 의리, 그 전우애가 다시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2015년 8월 4일에 일어난 이 사건은 남북관계 일지에 기록되고,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젊은 목숨을 앗아간 군대 안팎의 사건들을 잊듯 이 사건을 잊겠지만, 하 하사와 김 하사, 그들의 가족은 이 사건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롭지 못한 채 평생 장애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싸우는 전투적인 삶을 살게 될 겁니다.
도대체 군대는 왜 있는 겁니까?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있다고요? 그럼 지금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군대가 있기 때문입니까? 수없이 많은 남북간의 무력충돌,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 끊이지 않는 군인들의 희생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전쟁이 아니고 ‘그들만의 불운’입니까?
사람들은 있는 것을 없애는 걸 두려워합니다. 하던 일을 바꾸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군대를 바꿔야 합니다. 20세기 식 전쟁 억지 방식을 21세기에 고수하면 안 됩니다. 육군의 수만 해도 50만 명이 넘고 예비군의 수가 3백만 명이 넘는 한국... 그러나 그들은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지 못합니다.
힘 있으면 안 갈 수 있지만 힘없으면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군대, 헌법상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입법, 사법, 행정, 모든 부문의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나라... 이 나라의 군인들에게 애국심이 있을까요,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국민이 많던 시대에 구성된 군대가,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오늘날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것도 시대착오적입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연일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이 시대에 지뢰가 터지는 장면은 촬영했지만 지뢰를 심는 장면은 촬영하지 못한 우리 군대의 기술 수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군대를 바꿔야 합니다. 군대를 줄인다고 하면 군대 덕에 여유롭게 먹고 사는 사람들이 결사반대하겠지만 그래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대규모 지상군을 유지하느라 드는 비용을 첨단군대 만드는 데 돌리고, 군대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존경받는 군인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군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제대 후에도 예비군이라는 이름으로 동원되지만, 온갖 편법으로 징집을 피한 사람들은 예비군 훈련에서도 제외되는, 이런 부조리도 바꿔야 합니다.
줄어드는 군인의 수는 외교력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국내정치적 이익만 앞세우지 않으면, 외교로 남북한 긴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흔 넘은 사회지도자이자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남북화해를 위해 북한 방문 길에 나선 지난 5일, 정부는 따로 북측에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려 했으나 북측이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 여사 편에 서한을 보내면 되었을 텐데, 그게 무슨 짓입니까?
정부는 이 여사든 누구든 필요한 사람을 ‘이용’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은 군사력으로 이룰 수 없고 이루어도 안 되니까요. 군대를 줄이고 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남북한은 아직 전쟁을 끝내지 않았습니다. 남북한은 아직 '휴전'중입니다. 외교력을 발휘해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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