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무 것도 안 하는 휴가(2015년 7월 21일)

divicom 2015. 7. 21. 08:26

여름휴가가 피크를 이룬다는 7월 하순, 여행 가방을 싸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여행 대신 아무 것도 안 하는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조금 전 인터넷 조선일보 기사에 인용된 한 설문 조사를 보니,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중 절반 이상(51.7%)이 여름휴가에 여행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휴가는 곧 여행을 뜻했지만, 유소연 기자의 기사에는 여행 대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첫 여름휴가를 호텔에서 영화 보며 보내려는 이십 대의 직장인, 여름휴가를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보내기로 한 서른 살의 여교사, 제주도 부근 무인도에 들어가 아무 것도 안 하는 휴가를 

보내려는 또 다른 서른 살의 직장인...

 

전문가들은 이런 풍조를 피로사회 증후군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10세 이상)81.3%피곤하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59.4%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휴가를 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죽 피곤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느냐고 혀를 차는 어른들도 있고, 젊은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지지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 소위 게으름에서 생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고 계산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무엇이 내게 이익이 될까, 어떻게 해야 저 사람보다 앞서 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어야 생각이 떠오르고 사유가 가능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낭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사실은 그 상태가 바로 창의의 밭인데도.

 

여행을 해야 인간이 성숙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엔 늘 여행을 떠나면서 조금도 성숙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늘 어디론가 떠나야 하고 바쁘게 움직여야만 살아있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면 우리 사회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헤매지 않을 겁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대들이 정상이고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