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또 고발을 당했다고 합니다.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인 서울광장에서 동성애자들이 6월 28일 ‘퀴어문화제’를 열고 ‘수치심과 분노’를 자아내는 행동을 했는데, 시장인 박원순 씨가 그걸 막지 않았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박 시장은 지난 달 5일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박 시장을 고발한 사람들은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진(58)씨 등 ‘서울 시민’ 6510명이며, 이들은 “동성애자들이 지난달 28일과 지난 4일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광장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자행”했는데, “박 시장은 직권의 범위를 넘어 시민들의 재산인 서울광장 및 서울시청 태평홀을 사용케 해줬고 공연음란행위를 묵시적으로 조장해 위법행위를 방조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직권남용 및 공연음란 방조 등의 혐의로 박 시장을 고발했다고 합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해서 박 시장을 고발한 사람들은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라는 단체에 소속된 의사들이었습니다. 의혁투가 발족식을 갖고 정식 출범한 것이 6월 14일이니 이 단체는 출범 9일 전에 박 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입니다.
6월 서울광장을 생각하면 금세 머리가 아파옵니다. 당시 시민청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그림책, 옛 서울을 거닐다’ 전시회 관람 차 몇 차례 시민청을 찾았는데, 그때마다 나라의 종말을 걱정하는 기독교신자들이 시민청 앞을 점거하고 소음 농성을 벌였습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 둘의 결합으로 아이를 낳게 했는데 동성끼리 결합하면 아이를 낳지 못하니 나라가 종말에 이르게 될 거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런 시위를 하면서 왜 한복을 입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한복을 입고 북을 치며 확성기에 대고 소음을 만들어 내니 근처에만 가도 머리가 아팠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직권남용 및 공연음란 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한 ‘서울시민’들이 그때 그곳에 있던 보수적 기독교신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박 시장을 고발한 사람들이 밝힌 고발 이유입니다. 그 이유를 보면, 퀴어문화제 이전부터 거의 한달 내내 서울광장을 지나며 눈살을 찌푸렸던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은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 영리를 목적으로 한 광고 및 판매 행위, 취사행위, 주류 반입 행위 등을 못하게 돼 있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시민청 앞에서 소음을 자아내는 사람들을 피하려고만 했지 그들을 ‘고발’하지는 않았는데, 정작 그 소음제조인들이 ‘서울시민’임을 자처하며 시장을 고발한 겁니다. 제 경우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연일 그곳에서 시위할 수 있게 방치한 서울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요. 시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 것이지요.
저는 퀴어문화제도 같은 방식으로 보았습니다. 저는 남자와 사랑해 남자와 살지만, 여자이면서 여자를 사랑하고 남자이면서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 소위 ‘성적 취향’이 저와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사랑 또한 제 사랑처럼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게다가 퀴어문화제는 하루 행사인데다 미리 알려주고 열렸기 때문에 피하고 싶으면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6월 내내 서울광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소음을 만들며 ‘혐오감을 준’ 사람들은 피하려고 해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 당했을 때 광화문광장에서 그에게 ‘석고대죄’하고 부채춤을 추고 타악기 공연을 했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거나 비슷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그리도 아끼는 리퍼트 대사도 여러 나라 대표들과 함께 그들이 ‘음란’하다고 한 퀴어축제에 참가해 축하했습니다.
앞서 박 시장을 고발한 ‘의혁투’는 6월 14일 서울 중구 만복림에서 발족식을 가졌다고 하는데, "의료 및 국민 건강의 불확실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사 회원과 책임있고 양식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담보해 줄 의사회원들의 단체가 전무한 상태에서 의사들의 권익과 국민 건강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 산화할 때까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출범“ 했다고 합니다.
의혁투와 서울광장의 기독교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너무나 비장하다는 것입니다. 의혁투는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의사들의 권익과 국민 건강을 보호할’ 단체가 없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최후의 보루’가 되어 ‘마지막 산화할 때까지’ 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서울광장의 기독교인들은 나라의 종말, 나아가서는 세계의 종말을 걱정합니다.
박 시장의 혐의는 법이 가려주겠지만, 이런 식의 고발이 이어져 시장이 시장 역할에 써야 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그를 고발한 시민들의 시장일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천만여 시민들의 시장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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