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유감(2015년 7월 11일)

divicom 2015. 7. 11. 19:29

어제 낮 유니버시아드 육상경기를 보러 광주에 간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먹을 게 컵라면뿐이네! 광주가 

뭐이래?" 저녁 식사 시간쯤 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에도 컵라면뿐이네! 광주가 왜 이러지?" 


먼 길을 달려간 친구는 물론이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안타까워 했습니다. 광주는 음식이 

다양한 곳인데 왜 그럴싸한 도시락 메뉴도 내놓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는 손님이 꽤 들었다길래 즐길 거리가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일까요?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가 생각납니다. 육상경기를 보러 갔더니 관중석은 텅 비고 비 오는 운동장에서 선수들끼리

시합을 벌였습니다. 제 일행 몇이 죽어라고 환호하고 박수를 쳤지만 선수들에게 내내 미안했습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현장만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이 나라의 수많은 텔레비전 방송국들도 이상합니다. 스포츠채널도 여럿이지만 어쩌다 한 번 중계해 주는 곳이 있을 뿐 유니버시아드를 중요하게 다루는 곳이 없습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은 지천이지만 유니버시아드 소식은 메달을 땄다는 뉴스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니 특정 종목에서 뛰어난 개인은 있어도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 수준 향상이나 생활체육의 확산을 통한 국민의 체력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는 '대학'을 뜻하는 'university'와 '올림픽'을 뜻하는 'Olympiade'를 합성해 만든 단어입니다. 선수가 하버드대 학생인가 지구촌 어느 벽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 학생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 특히 미래의 긍정적 변화를 선도할 대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인류의 연대와 

진보를 꾀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수영경기 중계 -- 드문 중계방송이라 반갑게 보았지만 --를 텔레비전으로 보다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우리나라 선수 한 사람을 소개하며 말끝마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니버시아드를 중계하며 '하버드' 

'소르본느'를 강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까지 20세기식 줄 세우기를 고수할 것인지, 

참 한심했습니다.


7월 3일에 개막한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14일에 폐막한다고 합니다. 170개국에서 2만 여 명이 참가했다는 

대규모 대회, 정부와 광주광역시가 수많은 국내외 손님들을 불러다 놓고 왜 좀 더 열심히 이 나라와 광주를 

홍보하지 않는 것인지 유감입니다. 마지막 남은 사흘동안, 다소나마 나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