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AIIB, '사드', 그리고 일본(2015년 3월 27일)

divicom 2015. 3. 27. 09:48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가입을 망설여온 정부가 어제 마침내 가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새벽 중국 정부에 통고했을 

겁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낸 자료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운영되면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참여 결정으로 건설·통신·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우리가 설립 시점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며 금융외교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제통화기금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세계은행(IBRD: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보통 World Bank로 표현),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은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기구입니다.


중국은 작년에 AIIB 설립을 제안했으며 지금까지 35개 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그 중에는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도 있습니다. 중국은 이달 말까지 창립외원국을 모집한 후 6월에 협정문에 서명하는 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에는 AIIB가 공식 출범할 거라고 합니다.


정부가 '장고 끝에' AIIB 가입을 결정하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같은 곳에선 시간을 끌다가 2위 자리를 놓쳐서 두 번째로 참여한 인도보다 지분을 적게 갖게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며 AIIB 가입한 것을 비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을 다독이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한국 배치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AIIB 출자지분의 75퍼센트는 아시아에, 25퍼센터는 나머지 지역에게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애초 자본금의 50퍼센트를 부담하고 전체 지분의 절반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이 유럽 국가들의 참여로 

지분율을 낮출 거라고 합니다. AIIB의 자본금은 50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하며 앞으로 1000억 달러까지 확대되는데, 한국은 AIIB에 1조원을 내고, AIIB 지분의 5~6%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제 미국의 '우방' 중에 AIIB에 참여하지 않은 건 일본이 유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두 나라가 밀월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돌발사태가 없는 한 그런 관계가 지속되겠지요. 그건 그렇고 우리가 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해서 '사드' 배치를 허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 우리 정부에 공식적인 요청이나 협의를 제의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공개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의 주요 장비인 '사드'는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최대 3,000에 

달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한국이 MD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


중국의 우려와 상관없이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생각한다 해도, 우리에겐 '사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꼭 

한국에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면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에 둘 수 있겠지요. 그 경우 미국은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사드' 미사일 배치로 인해 빚어질 한국과 중국 관계의 악화에 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미국이 정말 호전적인 북한이 염려되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고 싶어하는데 한국이 반대한다면, 요즘 각별히 

친하게 지내는 일본에 배치해도 될 겁니다. 일본은 '사드' 미사일을 사는 걸 검토한 적이 있고, 실제로 구매했는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구매했다면 더더욱 한국에는 '사드'가 필요 없겠지요. 일본이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구매하여 미국의 걱정도 덜고 경제적 도움도 주면 좋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 돈을 들여 '사드' 미사일을 사온다면, 또 한 번 

'국제적인 봉' 노릇을 하게 되고 국가 돈을 낭비하며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