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경찰, 시민, 그리고 테이저건(2015년 3월 25일)

divicom 2015. 3. 25. 08:42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어지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매일 잠시라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월요일 서울 한복판에서는 경찰이 무고한 시민울 폭행하고 말리는 시민에게 테이저(taser)건을 발포한 일이 있었고, 어제 프랑스 알프스엔 독일의 저가 항공사 저먼 윙스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비행기 사고는 '사고'이지만 경찰의 시민 폭행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23일 오후 4시46분쯤 서울 성동구의 

홈플러스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훔친 용의자가 중구 신당동 방향으로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5시쯤 장충파출소 소속 이모 경위가 충무로에서 앞 범퍼가 일부 깨지고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운전자 A(19)씨를 검문하며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했고, 곧이어 을지지구대 소속 양모 경위가 현장에 도착해 A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오토바이 소지 경위 등을 추궁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A씨가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며 

웃옷을 벗어 던지고 복싱 대련자세를 취했고, 양 경위는 수갑을 꺼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열아홉 살 흥분한 청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A씨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범행을 부인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양 경위 등 경찰관 6명이 A씨를 쓰러뜨린 후 발로 머리를 밟아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때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 B(55)씨가 왜 어린 학생을 때리느냐며 경찰관들을 욕하고 태블릿PC로 촬영하고, 양 경위에게 달려들었다가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고 합니다. 테이저건은 전류를 발생시켜 근육의 자율적 통제를 파괴하는 전기충격기이며 무기입니다.

아버지가 체포되자 B씨의 아들(20)도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테이저건이 누군가와 부딪쳐 바닥에 발사됐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경찰이 자신을 정조준해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결과 해당 오토바이는 A씨 소유로 도난품이 아닌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와 경찰의 테이저건 발사 사건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선 비행기 사고가 참 잦아졌다는 생각. 예전에 어디선가 비행기 사고로 희생되는 사람의 수는 지상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적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저가항공사 비행기의 사고가 잦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는데 정말 그런 건지도 궁금합니다. '교수형으로 죽을 사람은 익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사람마다 죽는 방식이 정해져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후회하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비행기가 바르셀로나에서 뒤셀도르프를 향해 출발할 때 자신이 사고로 죽을 거라고 생각한 탑승자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건 좋지만 현재를 보람있게, 후회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경찰의 시민 폭행 사건에서도 여러 가지가 읽힙니다. 우선 '흥분은 금물'이라는 생각. 19세의 A씨가 흥분하지 않고 경찰로 하여금 자신이 오토바이 주인인 걸 확인하게 했으면 그후에 이어진 상황을 피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A씨의 나이를 생각할 때 흥분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게다가 복싱 자세를 취한 것을 보면 복싱을 배운 것 같은데 격투기를 배운 젊은이이니 자신을 과시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경찰이 그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중요합니다. 경찰이 예의바르게 접근했다면 A씨도 담담히 자기가 오토바이의 주인인 걸 밝혔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경찰이 A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접근했다면 A씨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또 한 가지는 아들 또래 젊은이가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걸 보고 분연히 나선 B씨입니다. 남의 일에 나섰다가 피해 볼까봐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지나치는 어른들이 많은데 B씨는 참 어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그의 옆에 있었던 아들이 그에게 무언의 힘을 주었을 겁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누군가를 도우려 했고 경찰의 부당한 행위에 함께 저항했다는 사실이 고맙고 반갑습니다. 이 일은 이 부자의 추억이 되어 오래 기억되고, 그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겠지요.


안타까운 건 경찰이 무고한 시민과 싸우는 동안 진짜 오토바이 도둑은 유유히 사라졌다는 겁니다.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도망에 성공했다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도둑이 이번의 성공을 마지막으로 도둑질을 멈추길 바랍니다. 아무리 무도한 세상이라도 악은 정죄당하고 선은 보답받습니다. 그 도둑이 언제 어디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할지, 더 큰 범죄에 가담했다가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가 도둑질을 상쇄하는 선행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