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글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Eva Cassidy의 'What a wonderful world', Carry & Ron의 ' I.O.U.' Roy Clark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 Edith Piaf의 'Adieu mon coeur' 등을 들었습니다.
'오늘의 노래' 코너에서는 다시 한 번 신해철 씨의 명복을 빌며 그가 부른 독백 노래 '아버지와 나'를 들었습니다.
8분이 넘는 노래를 방송에서 트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을 생각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들려드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꼭 한 번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내용을 옮겨둡니다.
마음
제가 어렸을 때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저도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른이 되어야 잉크를 쓸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 초등학생들은 모두 연필을 사용했는데
연필을 쓰려면 우선 깎아야 했습니다.
흑연심이 길면 쉽게 부러지고
심이 짧으면 금세 다시 깎아야 하니 성가셨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만년필을 선물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부턴 아이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겠지요.
나이 들어가며 만년필이 여럿 생겼지만
사용하는 일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글 쓰는 일이 흔해지니
갈수록 손 글씨가 미워집니다.
흑연에서 잉크로 잉크에서 키보드로
글 쓰는 수단이 바뀌면서
글에 담기는 마음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수단을 사용하게 되면
그때 우리의 마음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마음이란 게 아직 남아는 있을지
그때 아이들도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어 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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