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세월호를 그만 잊으라고?(2014년 5월 11일)

divicom 2014. 5. 11. 09:07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은 Righteous Brothers의 Unchained Melody로 시작해서 한영애 씨의 '봄날은 간다'로 끝을 맺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부르는 독일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였고, 오랜만에 샹송도 들었습니다. Edith Piaf의 Paris였습니다.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망각'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25일이 지났습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정부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경제 악화의 주범이라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 분위기에 편승해 '그만 잊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나라가 세월호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무수히 겪었으나 아직도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건 바로 이런 '망각 경향' 때문일 겁니다. 잊어야 할 일이 있고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잊지 말아야 할 일, 세월호 사건은 바로 그런 일입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글을 옮겨둡니다.



망각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25,

이제 그만 잊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잊자고 하는 사람 중엔

세월호 참사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추모 분위기가 국민을 우울하게 한다고 염려하는 사람도 있고,

나쁜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엔 망각의 강이라는 레테강이 나옵니다.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갈 때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라고 하지요.

죽은 사람은 레테강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우게 되고,

마침내 모든 기억이 지워지면 이승의 번뇌를 잊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망각은 죽을 때에나 필요한 것입니다.

갚지 못한 빚이나 사별처럼 기억하기 괴로운 일도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기억하기 괴롭다고 잊어버리는 사람은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이지요.

 

전 국민을 유가족으로 만든 세월호 사건은

괴로워도 기억해야 하는 일입니다.

국민이 우울해지고 경제가 나빠져도

레테강을 건너는 순간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