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컴퓨터 안 쓰는 실리콘밸리 학교(2014년 1월 24일)

divicom 2014. 1. 24. 11:32

요즘은 유아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젊은 어머니들이 얘기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조용히 있는 아이들의 손엔 예외없이 스마트폰이 들려 있습니다. 화면에 꽂힌 아이들의 시선을 보다 보면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기 일쑤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기업의 직원들은 어린 자녀들을 컴퓨터를 하지 않는 학교에 보낸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감성과 상상력을 북돋우는 교육을 받아야 뇌 활동이 활성화된다는데,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정신을 파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 어떤 어른이 될까요? 마침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실렸기에 옮겨 둡니다.    


미 발도로프 학교 사례
‘사람 대 사람 교육’ 원칙 따라
12살까지 디지털기기 노출 피해
고교생 과정부터 프로그래밍 등
원리·체험 위주의 컴퓨터 교육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011년 10월22일 1면에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 기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기술과 거리를 둔 발도르프 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 학교 학부모의 4분의 3은 구글과 애플, 휼렛패커드(HP) 같은 디지털 기업 종사자라고 보도했다. 종이와 연필을 쓰고 바느질을 하지만 컴퓨터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학교에 당시 구글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의 대안교육으로 주목받는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철학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의 이정희(사진) 소장을 만났다.


이 소장은 “발도르프 학교에선 학생들을 만 12살 때까지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지 사람과 기계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학교에선 만 7살까지는 실제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초등학생 때는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예술교육 등을 강조한다.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발도르프 학교에선 유아용 장난감도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나무토막, 인형을 사용한다. 이 소장은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들은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고 뇌 활동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유아를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도록 고안된 기업의 제품은 “아동 학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극단적으로 스마트폰이 가져올 수 있는 공포를 과장해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이를 치료해주겠다며 비싼 돈을 받는 ‘대체의학’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틱장애 같은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른 사회에서 살면서 신체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두뇌 균형성장 운동을 위해 한달에 100만원씩 내라는 서비스 상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공차기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신 발도르프 학교에선 고1(12살)부턴 컴퓨터를 철저히 가르친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학생이 자립적 판단력을 갖춘다고 보기 때문이다. 컴퓨터 교육도 몸으로 경험하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고1 때는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법을 배운다. 고2·고3 때는 컴퓨터 회로를 조립해보고, 프로그래밍을 해본다. 책읽기와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하더라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발도르프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발달 과정에 맞게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한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창의력은 스마트폰을 일찍 사용해서가 아니라 신체활동과 인문학적 소양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