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교학사 교과서(2014년 1월 3일)

divicom 2014. 1. 3. 17:17

어제 저녁 텔레비전 뉴스와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저도 모르게 "아, 다행이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왜곡투성이인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채택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절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희망의 씨앗을 보는 새해 벽두, 기분이 좋습니다. 국민은 가끔 잘못된 선택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국민이 정부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아직 절망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래는 이 사안에 대한 연합뉴스와 한겨레신문의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 '우편향 논란'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에 학생·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기도내 일부 고교가 채택을 철회하거나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다.

 

2일 파주 운정고교는 긴급 교과협의회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을 철회하는 동시에 새 교과서를 한국사 교과서로 선정하기로 했으며 성남 분당영덕여고도 오후 3시께 긴급 교과협의회를 소집, 5시현재 재검토를 위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두 학교는 교과협의회의 교과 추천, 학교운영위원회 등 절차를 밟은 뒤 2014년도 한국사 교과서를 최종 결정한다.

 

교과서 선정은 각 고교 교과협의회가 1종의 교과서를 추천하면 학교운영위원회 승인을 거친 뒤 학교장이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파주 운정고와 분당영덕여고측은 "교과서 채택과 관련해 교내 인터넷 게시판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다시 교과서를 선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덕여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난 31일부터 "역사 왜곡하는 책으로 교육을?", "왜곡된 역사교과서 사용 중지하라" 등의 글이 올라왔으나 현재는 폐쇄 조치된 상태다.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한 도내 5개 고교중 나머지 3개 학교 역시 학생,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들이 교내 6군데에 붙여졌다 10분만에 철거됐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도 동우여고 학생의 대자보 사진 등을 더불어 "친일 교과서 선정 제정신이냐"는 등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오후 성명을 내고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5개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 실시를 요구하는 등 학교 안밖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다.

 

그러나 동우여고와 같은 학교법인 경복대학교 계열학교인 수원 동원고와 여주 제일고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방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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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3종 고르는 첫 단계서부터

교사의 자율성 침해받을 가능성

기숙형 공립고도 상당수 포함

지역 유지 개입하기 손쉬운 구조


친일·독재 미화, 사실 오류 등의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들은 대부분 사립학교다. 2일 현재 해당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된 전국의 14개 고교 가운데 10곳이 사립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로 나타났다. 서울 창문여고를 비롯해 경기 동우여고·동원고·제일고·분당영덕여고, 울산 현대고, 경남 지리산고·합천여고, 전북 상산고, 충남 서일고 등이다.


교육계는 그 배경에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학교운영이 재단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등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상명하복식인 사립학교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교육감의 통제를 받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사립학교는 학교 재단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 ‘불통의 학교 문화가 결국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선택을 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은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놓고 해당 학교 역사교사 등이 모인 교과협의회가 3종을 순위를 매겨 고르면,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그 가운데 1종을 최종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역사교사들이 3종을 고르는 첫 단계부터 재단의 입김이 작용하는 탓에 교사들의 자율성이 제약받는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역사교사가 상당수에 이름에도 교학사 교과서를 일순위로 꼽은 학교가 확인된 곳만 3(서울 창문여고, 여주 제일고, 경북 성주고)에 이르렀다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한 사립학교의 경우 어느 역사교사가 승진을 앞두고 있어 교장의 압력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립은 교사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이 교사들이 3종을 선택하는 최초 단계부터 압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립고인 서울의 고와 대구의 고 등은 학교장이 교학사 교과서 선택을 주문했으나,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 가운데는 경북 성주고, 대구 포산고와 같은 기숙형 공립고도 포함돼 있다. 교육계는 이들 학교도 사립학교처럼 지역 유지 등의 개입이 손쉬운 구조로 파악한다. 대부분 지역 명문고라는 게 특징이다.


국공립학교의 학운위는 교과서 결정 권한을 가진 반면,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법적 성격이 자문기구에 그치는 점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에 사립학교가 많은 상황을 설명하는 한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