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진짜 장군(2013년 11월 28일)

divicom 2013. 11. 28. 14:06

오늘 우리는 훌륭한 동행 한 사람과 이별했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초대 주월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예비역 중장의 영결식이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것입니다. '육군장'으로 거행된 영결식 후 고인은 자신이 원하던 대로 베트남전에서 숨진 사병들 곁에 묻혔습니다. '진짜 군인' '진짜 사나이' '진짜 장군'이었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오늘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고 채명신 장군, 사병묘역 안장키로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채명신 초대 베트남 주둔 한국군 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이 자신의 유언에 따라 베트남전쟁에서 숨진 사병들 곁에 묻히게 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장군이 사병 묘역에 묻히는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는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채명신 장군은 자신의 유언에 따라 베트남전 전사자들이 묻혀 있는 서울 현충원의 사병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죽어서도 베트남전 전사자와 함께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을 높이 평가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채 장군은 그동안 파월(베트남 파견)참전자회장으로서 베트남전 전사자 추모행사를 열어온 2번 사병 묘역에 묻힌다. 그의 무덤은 다른 사병들과 마찬가지로 3.3㎡(1평)이다. 반면 장군의 무덤은 8배인 26.4㎡(8평)이다.


채 장군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들에게 “장군 묘역에 가지 않겠다. 베트남전 전우들이 묻힌 서울 동작동 사병 묘역에 함께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채 장군이 세상을 떠난 뒤 국방부와 청와대에 “베트남전 전사자들이 잠든 서울 현충원 사병 묘역에 안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직접 채 장군의 상가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채명신 장군은 군의 정신적 지주다. 파월 장병들과 같이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로 했다”고 정부의 공식 결정을 전달했다. 채 장군의 장례는 28일 서울 현충원에서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채 장군은 애초에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림에서 현지인들과 게릴라전투를 치러야 하며, 북베트남에 호찌민이라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1965년 초대 월남 주둔 한국군 사령관으로 임명돼 1969년까지 4년 동안 베트남전쟁에 참가했다. 그와 한국군은 많은 전공을 거뒀지만, 한국군은 9년 동안 32만명이 참가해 5000여명이 숨지고, 1만1000여명이 다쳤으며, 16만여명이 고엽제 피해를 봤다. 채 장군은 생전에 장병들의 이런 희생에 대해 가슴 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6년 황해도 곡산에서 항일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난 채 장군은 1947년 월남해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5기로 입학했다. 6·25 전쟁 때는 ‘백골병단’이란 게릴라 부대를 이끌었고, 5·16 쿠데타에 참가했으나, 군정이 끝난 뒤 군대로 돌아갔다. 1972년 제2군사령관(중장)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쿠데타에 반대했다가 군복을 벗었다. 당시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이게 지도자의 생명인데, 그렇게 나가면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게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