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올 이즈 로스트(2013년 11월 25일)

divicom 2013. 11. 25. 19:12

사소한 일들로 바빠 제 시간을 가질 수 없을 때일수록 저를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영화 '올 이즈 로스트 (All Is Lost)'를 보았습니다. 큰 극장들, 소위 멀티플렉스는 좋은 영화를 외면하는 일이 많다는 걸 확인하며 광화문 시네큐브에 갔습니다. 하루에 세 번 상영하는데 100석이 될까말까한 작은 극장은 회마다 관객들로 가득 찬다고 합니다.


'스팅(The Sting)'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등에서 젊고 아름답게 빛나던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는 이 영화의 유일한 주인공입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것은 생(生)의 본질입니다. 


1936년생이니 올해로 만 77세가 된 레드포드, 주름투성이 그의 몸은 인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도구입니다. 늙음을 감추려 성형외과를 찾는 배우들만 있었다면 이 영화는 태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영화 속 레드포드를 보니 왜 그가 이름없는 영화제를 후원하여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를 만들고, 어떻게 이 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제로 인정 받게 했는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레드포드는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자신이 맡았던 배역의 이름을 따서 선댄스협회(Sundance Institute)를 설립했으며, 1985년에 미국영화제(The United States Film Festival)를 흡수하여  선댄스영화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선댄스영화제는 매년 1월 20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Park City)에서 열리며,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영화관련 예술가,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을 발굴하고 후원한다고 합니다. 


1989년 이 영화제가 발굴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Sex, Lies and Videotape>가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바톤핑크 Barton Fink>의 코엔형제(Coen brothers),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많은 감독들을 배출했다고 합니다. (www.sundance.org/festival/)


'올 이즈 로스트'를 보았으니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레드포드와 같은 동행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