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신동엽 시인의 '봄의 소식'을 읽어드렸습니다. 원문에는 '소식'이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노래로는 김동환 시, 김동진 작곡 '봄이 오면'을 틀어드렸습니다. 소프라노 박순복 씨의 목소리로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방송국 사정으로 바리톤 김성길 씨의 음성으로 들려드렸습니다.
‘봄의 消息’은 1970년 봄호 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었는데, 저는 나중에 막내동생네 집에서 빌려온 <신동엽 전집>에서 읽었습니다. 책 표지 뒤편에 메모해둔 것을 보니 막내동생이 1985년 7월 26일 우리서점에서 산 책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이 우리집에 온 지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동생 덕에 읽은 책이 여러 권입니다. 새삼 고맙습니다.
이 시가 전하는 ‘봄의 소식’이 밝지 않은 것은 그때 이미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 욕심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두려움 속에 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요즘 뉴스에서 ‘박대통령은’ 하는 말만 들어도 놀라고 긴장합니다. 육신의 상처보다 정신적 상처가 오래 가나 봅니다.
(시에 나오는 한자를 순서대로 적으면, '소식, 위독, 상륙, 동백, 광증, 악한, 자살, 단장'입니다.)
봄의 消息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危篤하다커니
눈이 휘동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上陸해서
冬栢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狂症이 난 惡漢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自殺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동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 丹裝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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