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35: 제일 좋은 친구 (2022년 10월 4일)

divicom 2022. 10. 4. 10:52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요?

내게 좋은 것을 주는 친구? 얘기 상대가 되어주는 사람?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

 

그러면 '제일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요?

제 생각에 그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존재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을 때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하는.

 

'당신의 제일 좋은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개

이름이나 호칭을 댑니다. 아버지, 어머니, 영희, 철수 등 등.

 

하지만 제게 제일 좋은 친구는 늘  죽음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죽고 싶을 땐 언제나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지금 죽지는 말자, 이보다 더 힘들 때 죽자'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죽음을 시도했다가 운명 덕에 살아남은 후에도 죽음은 변함없이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제일 좋은 친구였습니다.

죽음이 바로 곁에 있어준 덕에 머리가 하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펼친 <행복한 삶 그리고 고요한 죽음>에서

그  고마운 친구와 만날 순간을 미리 만났습니다.

달라이 라마 스님 덕에 그 만남의 순간을 준비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우리의 몸은 서서히 온기를 잃고 통나무처럼 뻣뻣해진다...

마지막 듣는 말은 경전을 암송하는 소리이거나 애도하는 울음소리일 것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만약 부자라면 여전히 재산 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빌려 준 돈을 못 받아 안타까워하거나 유산 분배로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걱정과 고통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 말이라도 해 보려고 하지만 말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말할 힘조차 바닥났을 때 입술만 달싹댈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여러 가지 환각에 시달린다. 땅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몸에서 불의 요소가 빠져나갈 때 눈과 코는 움푹 들어가고, 죄어들고,

혀는 건조해진다. 단단한 요소들이 해체될 때 몸은 앙상해진다. 불의 요소가

해체될 때 몸이 차가워진다. 바람의 요소가 해체될 때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호흡은 힘들어진다. 숨을 가쁘게 쉬다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며 마실 것이다.

심장 박동이 멈추면 몇 분 안에 뇌 작용도 멈춘다. 그러면 의학적으로

사망자로 간주된다."  -- 95 ~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