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다 읽었습니다.
'다 읽었다'는 건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 보았다는 뜻일 뿐, 내용과 문장의 맛을
음미하려면 다섯 번은 읽어야 할 겁니다.
'한 번 읽고 말 책이면 아예 읽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지면이 많은 만큼 '작가'도 많아 '한 번' 아니
'반 번' 읽는 것으로 충분한 책들이 양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파우스트>를
비롯한 괴테의 작품들은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깨달음과 재미를 줍니다.
<리처드 3세>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왕이 될
수 있는 동생, 조카 등 주변 모든 혈족을 살해하는
주인공과 그의 교활한 언변 때문에 화가 나서
읽기를 멈춘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오늘 한국엔 왕이 없지만 권모술수와 잔인함으로
무장하고 권력의 최정상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메시지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아래에 5막 2장에 나오는 짧은 문장을 옮겨둡니다.
인용문에 나오는 'He'는 바로 리처드 3세입니다.
'friend'는 보통 '친구'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함께
전투를 치르는 전우들을 말합니다. '생활전선'의
친구도 '전우'이지요.
Sir James Blunt
He hath no friends but what are friends for fear,
Which in his dearest need will shrink from him.
제임스 블런트 경
그에겐 두려워서 따르는 자들이 있을 뿐 친구가 없어,
그가 가장 필요로 할 때는 다 달아나 버릴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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