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33: 옹졸 백발 (2024년 10월 18일)

divicom 2024. 10. 18. 11:20

제가 얼마나 옹졸한 사람인지 어제, 그 가게에

갈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그 집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고 어제도 주소

두 개를 적어 들고 갔습니다.

 

주인이 종이쪽지에 손으로 적은 주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문자로 보내시지 적어 오셨네"

하더니, 소리 내어 읽으며 주소를 확인했습니다.

그 사람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잠자코 대금을

지불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번호를 보니 조금 전에 본 가게 주인인데,

문자에는 오직 '다음에는 글씨 좀  크게

부탁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표현은 '부탁드립니다!'였지만, 그 사람의 찌푸린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글씨가 심하게

작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까 제 앞에서 한 차례

불평했던 사람이 문자까지 보내다니, 느낌표가

방망이로 보였습니다.

 

'크다' '작다' 식의 형용사에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크게 쓴다고 썼어도

그 사람은 작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그에게

원시가 와서 가까운 글씨를 잘 보지 못한다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할 겁니다.

 

그 집은 프랜차이즈 가게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그 프랜차이즈 본점의 물건을 선물받은

인연으로 그 물건을 사게 되었고, 이왕이면

멀리 있는 본점보다 집에서 가까운 가게 물건을

팔아주자는 생각으로 어제 그 집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집을 방문한 게 여러 번이고,

제 선물을 받은 친구들 중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집 물건을 선물한 사람들도 있으니, 저는

그 집의 번창에 꽤 기여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집에 가서 기분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습니다. 주인은 언제나 웃는 얼굴을 보였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나 반가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어제 그 사람이 제게 거푸 짜증 낸 게

제 흰머리 때문일까요? 부모, 시부모 등과 사이가

나빠 노인은 피곤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일까요?

노인은 스마트한 시대에 맞지 않는 뒤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일까요?

 

그 사람의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이제부터

그 집에 가지 않을 겁니다. 

굿바이! 안가네대추빵 은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