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나 옹졸한 사람인지 어제, 그 가게에
갈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그 집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고 어제도 주소
두 개를 적어 들고 갔습니다.
주인이 종이쪽지에 손으로 적은 주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문자로 보내시지 적어 오셨네"
하더니, 소리 내어 읽으며 주소를 확인했습니다.
그 사람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잠자코 대금을
지불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번호를 보니 조금 전에 본 가게 주인인데,
문자에는 오직 '다음에는 글씨 좀 크게
부탁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표현은 '부탁드립니다!'였지만, 그 사람의 찌푸린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글씨가 심하게
작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까 제 앞에서 한 차례
불평했던 사람이 문자까지 보내다니, 느낌표가
방망이로 보였습니다.
'크다' '작다' 식의 형용사에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크게 쓴다고 썼어도
그 사람은 작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그에게
원시가 와서 가까운 글씨를 잘 보지 못한다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할 겁니다.
그 집은 프랜차이즈 가게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그 프랜차이즈 본점의 물건을 선물받은
인연으로 그 물건을 사게 되었고, 이왕이면
멀리 있는 본점보다 집에서 가까운 가게 물건을
팔아주자는 생각으로 어제 그 집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집을 방문한 게 여러 번이고,
제 선물을 받은 친구들 중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집 물건을 선물한 사람들도 있으니, 저는
그 집의 번창에 꽤 기여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집에 가서 기분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습니다. 주인은 언제나 웃는 얼굴을 보였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나 반가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어제 그 사람이 제게 거푸 짜증 낸 게
제 흰머리 때문일까요? 부모, 시부모 등과 사이가
나빠 노인은 피곤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일까요?
노인은 스마트한 시대에 맞지 않는 뒤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일까요?
그 사람의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이제부터
그 집에 가지 않을 겁니다.
굿바이! 안가네대추빵 은평점!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세훈 시장, 남대문시장 (2024년 10월 22일) (3) | 2024.10.22 |
---|---|
<리처드 3세>: 친구 (2024년 10월 20일) (1) | 2024.10.20 |
돈! (2024년 10월 16일) (2) | 2024.10.16 |
마라탕과 마작 (2024년 10월 14일) (2) | 2024.10.14 |
부럽다, 한강 (2024년 10월 11일) (3)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