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사랑하는 법 (2009년 3월 11일) 키위는 제주도 키위, 당근도 제주도 ‘흙당근’만을 고집하지만 직접 가는 건 오랜만입니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통과하느라 심하게 흔들립니다. 옳은 일보다 옳지 않은 일을 많이 해서 벌을 받는가, 잠시 하늘의 심판을 생각합니다. 마침내 제주. 바닷바람이 이마를 씻어줍니다. 한창 성이 났을 때조차..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거짓말을 자꾸 하면 (2009년 2월 18일) 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종교단체들이 내놓은 자료를 근거로 ‘2008종교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인구 4천 8백만 명인 우리나라에 8천 2백만 명이 넘는 신도가 있다니 종교단체들이 거짓말을 했나 봅니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짙은 종교색으로 물의를 일으켜온 현 정부도 자꾸 거짓말을 하니 종교와 ..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2009년 1월 28일) 꼭 일 년 만입니다. 두루마기 차림으로 차례 상에 제주를 올리시는 걸 보니 건너편에 앉아계실 할아버지, 할머니, 누대 조상님들의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80여 년 낡은 무릎을 힘겹게 굽히고 앉아 가만가만 지난 일 년의 희로애락을 보고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부모님 앞에 성적표를 내놓은 초등학생입니다. 언젠가 아버지의 노트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신앙의 대상을 조상과 선산의 묘소에 두고 살아왔다. 내 조상이 위대하고 전지전능하지는 못할망정 당신들의 자손인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나 자신 그 분들로 인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엊그제 시립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230여 명의 홀몸 노인들이 합동 차례를 올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차례 상 앞에 섰을 그 분들을 생각하니..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2008년 13월 (2009년 1월 7일)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사건으로 시작된 2008년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속에 끝났습니다. 자살 폭탄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건 20여명이었지만 가자사태는 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를 낳고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달력은 오늘을 2009년 1월이라 하지만 세상은 아직 2008년 13월..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인천 국제 추억도시 (2008년 12월 17일) 인천은 제 2의 고향입니다. 인천 출신 애인 덕에 젊은 한 때를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송도호에서 보트를 타고 신포시장에서 새콤달콤한 우무무침을 먹은 후, 은성다방의 담배연기 속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었습니다. 때로는 자유공원의 어둠을 틈타 입술과 입술을 ..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밤은 길지라도 (2008년 11월 26일)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종주국 미국도 반성중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붙들고 늘어지고, 일기예보부터 경제전망까지 틀리기를 밥 먹듯 하면서,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건설업체 연쇄부도, 아파트값 급락 등을 정확히 예측한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의 ..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고려대와 카이스트 (2008년 11월 5일) 지난 달 국제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우승, 온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한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가 고려대학교의 2009학년도 2학기 수시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고대는 캐나다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김 선수가 화상 면접으로 응시할 수 있게 학칙까지 바꿨다고..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유재석씨에게 (2008 년 10월 15일) 최진실씨가 몸을 버린 지 2주가 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49재전이라 영혼이 이곳에 머물고 있어서일까요? ‘국민요정’ 생각을 하니 ‘국민엠씨’ 유재석씨가 떠오릅니다. 1990년대 연예계를 대표한 배우 최진실씨와 2000년대 후반 텔레비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연예인 유재석씨가 나..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지금은 의심할 때 (2008년 9월 24일) 금융대란 속에서 널뛰기하는 주가와 금값 소식을 읽다가 집을 나섭니다. 뉴스가 없는 곳을 그리며 어찌어찌 가다보니 북촌입니다. 안국동과 삼청동 사이 고즈넉이 들어앉았던 동네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문득문득 솟은 현대식 건물들 사이 낮은 기와집들이 초라해 보이고 구불구불 좁게 흐르.. 한국일보 칼럼 2009.10.31
명지대 앞 북카페 (2008 9월 3일) 대학이 개강을 하니 동네가 살아납니다. 중년의 조바심을 아랑곳 않고 천천히 흐르던 젊은 인파가 아예 서버립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가 ‘그랜드 오프닝’을 하고 있습니다. 오색 풍선이 재색 보도에 색을 입히고, 주홍과 빨강으로 장식한 가게 안에도 웃는 얼굴이 가득합니.. 한국일보 칼럼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