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일기 26: 마스크 아래 마스크(2020년 2월 4일) 오늘은 입춘.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제법입니다. 그러나 며칠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봄이 영 오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별로 춥지 않았던 이 겨울이 아예 물러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나라 안팎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한국의 확진환자 중.. 나의 이야기 2020.02.04
노년 일기 24: 고난주간(2020년 1월 13일) 지난 일주일은 거의 누워서 보냈습니다. 몸과 마음 두루 쉬려면 적당한 소음이 필요하니 텔레비전을 켜놓고 누워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의 천박한 말장난 때문에 켜둘 만한 체널이 드물어 수학 가르치는 채널과 영어 가르치는 채널을 켜두곤 했습니다. 일요일은 어머니와 둘째 동생을 만.. 나의 이야기 2020.01.13
노년 일기 21: 행운을 노래함(2019년 12월 16일) 오늘 아침엔 자꾸 흥얼거리게 됩니다. 행복한 어제 덕이겠지요. 어젠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친구가 된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생 시절 그의 모습, 성인으로서 바쁘게 활동하는 지금의 모습. 깊이는 여전하지만 겉모습은 지금이 더 밝습니.. 나의 이야기 2019.12.16
노년 일기 20: 시간이 하는 일(2019년 12월 14일) 선물받은 황금향을 벗깁니다. 과육과 껍질이 아주 한몸이 되어 벗기기가 힘듭니다. 둘이 하나 되어 모두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연인 같습니다. 손으로 벗기다 안 되어 칼을 들고 씨름합니다. 껍질이 좀 벗겨지는가 싶더니 엄지손가락 바닥 쪽에 상처가 납니다. 피는 좀 나지만 상처가 .. 나의 이야기 2019.12.14
노년 일기 19: 한복이 무서워(2019년 12월 9일) 어제는 조카의 결혼식이었습니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지금까지 그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결혼은 아주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연수야, 축하하고 사랑해. 부디 사랑으로 함께 자라고 사랑으로 서로를 키우기를!!) 조카의 할머니인.. 나의 이야기 2019.12.09
노년 일기 18: 겨울 이불처럼(2019년 12월 4일) 어린 시절 조국에 대해 처음 배운 것은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고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이 다르다 보니 한 곳에 살아도 다양한 색깔과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지은 건물들은 다만 낡아가지만 산과 물과 하늘은 계절을 따라 두.. 나의 이야기 2019.12.04
노년 일기 17: 우아한 노인(2019년 11월 29일) 언제부턴가 응급차와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일상적 소음이 되었습니다. 생활 속에 위급한 상황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겠지요. 오래전 이 세상을 떠난 친구 수희가 떠오릅니다. 아들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러스에 다녀온 수희를 만났더니 그가 말했습니다. "거기선 사이렌 소리가 끝.. 나의 이야기 2019.11.29
노년 일기 16: 아직도 모르는 것(2019년 11월 22일) 오래 연락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쁜 일이 너무나 많이 연이어 일어나 친구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일도 갑자기 일어나면 충격을 주는데 좋지 않은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전화선 저쪽의 친구도 울고 전화선 이쪽의 저도 울었.. 나의 이야기 2019.11.22
노년 일기 15: 둘이 합해서 하나(2019년 11월 8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남편들 얘기를 합니다. 소위 명문대학을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위에서 오래 활약했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은퇴해 표 안나는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몸 어딘가가 고장나 119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고, 얼마 동안 입원했다 퇴원했으나 육체와 정신이 두.. 나의 이야기 2019.11.08
노년 일기 14: 추억은 무거워(2019년 10월 30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수희가 이맘 땐 아예 떠나지 않습니다. 제 몸무게쯤 될 수박을 들고 평창동 언덕길을 올라오던 모습과 단양 사과밭 사이 오두막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모습이 자음과 모음처럼 만났다 헤어졌다 합니다. "저예요." 전화선을 타고 오는 그의 정갈한 목소리가 그립습.. 나의 이야기 201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