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 16: 아직도 모르는 것(2019년 11월 22일)

divicom 2019. 11. 22. 18:32

오래 연락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쁜 일이 너무나 많이 연이어 일어나 친구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일도 갑자기 일어나면 충격을 주는데 좋지 않은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전화선 저쪽의 친구도 울고 전화선 이쪽의 저도 울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만날 수 없는 물리적 거리는 얼마나 야속한 것일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구 혹은 이 세상, 혹은 이승에서 산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럴 때 무슨 말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처럼 나쁜 일은 대개 겹쳐서 온다.

그러니 한 가지 나쁜 일이 있을 때는 또 다른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 당신에겐 여러 가지 나쁜 일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이제 나쁜 일이 더 일어나진 않고 곧 그칠 것이다." 

떠오르는 대로 어리석은 몇 마디를 했을 뿐입니다.

가까이 있으면 말없이 안아줄 텐데... 마음만 아팠습니다. 


모든 일엔 끝이 있으니 우리를 괴롭히는 일들도 결국은 끝날 겁니다. 

그러면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며 견뎌야 할까요?

저는 아직 정답을 모르는 채 홀로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괴로운 사람일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일까?"


아주 괴로울 때조차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입니다.

세상엔 나보다 더 큰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러니 '생(生)은 고(苦), 삶은 고통' 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거의 항상 같은 결론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는데 이 정도의 시련이 주어지니 감사하구나'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친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가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는데 이만하니 감사하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일까요?

부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