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2008년 2월 22일) 죽어라 사랑하는 이, 죽은 다음에 사랑하는 이, 떠난 사랑 앞에 침묵하는 이, 떠난 자리에 앉아 통곡하는 이, 사랑이 떠난 것조차 알지 못하는 이, 입으로 슬픔을 말하며 눈으로 새 사랑을 구하는 이 …. 하여 숭례문 무너진 서울은 시끄럽다. 불을 붙인 건 ‘채 노인’이지만 불을 붙이게 ..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영어, 영어, 영어! (2008년 2월 1일) 일생 동안 영어로 밥벌이를 해 왔는데 요즘은 영어가 지긋지긋하다. 영어가 정치가 되어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그곳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의심스럽다. 그 중의 압권은 영어 잘하는 입영 대상 젊은이들을 군대 대신 학교에 보내 영어..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감기, 꼬마귤, 드레스 (2008년 1월 11일) 난방은 어렵다. 보일러 스위치만 누르면 되지만 누르려고 하면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들이 떠오른다. 기초생활 보장 급여로 빠듯하게 사느라 겨우내 냉방에서 생활하는 홀몸노인들, 식구는 많아도 쪼들리는 형편 탓에 연료비 감당이 어려운 집들. 해결책 없는 고민을 하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자라면서..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의심을 찬양함 (2007년 12월 21일) 원래는 맥주 얘기로 ‘삶의 창’을 열려고 했다. 남루한 골목을 떠돌다 답답해진 가슴이 맥주 한 캔에 위로받은 적이 있어, 바로 그 캔맥주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12월14일 <한겨레> 1면에 실린 새 필진 소개가 마음을 바꾸게 했다. 거기엔 내가 ‘시인’이.. 한겨레신문 칼럼(삶의 창) 2009.11.02
오래된 아내 ▲ 그녀의 잠 못 드는 밤 ⓒ 김수자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머리 하얀 남편이 야근하는 밤 늙은 아내는 집에서 객지를 겪는다 남편 코 울음 배인 침상, 문득 낯설어 아내의 낡은 몸이 낙엽처럼 구른다 그때, 아직 머리 검어 집도 객지도 없던 시절 괜히 남편이 되었나 보다, 괜히 아내가 되..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노래방 3호실 손님 ▲ 혼자 노는 놀이터 ⓒ 김수자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예닐곱 명이 촘촘히 앉던 노래방 3호실에 그녀 혼자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그녀, 말하기 좋게 그녀 1, 그녀 2라고 할까요? 남편과 싸우고 나서 집을 나섰고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니 여기까..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작은 집'에서 나를 만나다 글 김흥숙 그림 김수자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개량 한옥 같은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제가 자던 방과 부모님의 방 사이엔 요즘의 거실이라 할 수 있는 대청이 있었고 대청과 마당 사이엔 격자 유리문이 있었습니다. 유리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 서서 오른쪽으로 45도쯤 휜 길을 따라 뒤 안..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아버지의 뗏목(2006년 8월 8일) 글 김흥숙·그림 김수자 ▲ 여든 해를 항해해온 당신의 아름다운 뗏목 ⓒ 김수자 태풍과 장마 끝, 덥고 습하니 아픈 사람들이 더 아프겠구나 생각하자 며칠 전 뵈었던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허리를 삐끗하시어 여러 날 불편을 겪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나선 외식 길, 오랜만에 자동차 ..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그리운 '꿈 비디오' (2006년 7월 18일) 글 김흥숙/그림 김수자 ▲ 꿈을 팔던 비디오 가게. ⓒ 김수자 리모컨을 돌리던 중 우연히 본 케이블 텔레비전, 모처럼 좋은 영화를 하는가 했더니 곧 끝나버립니다. 다시 해주겠지, 몇 주 동안 기다려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영화는 수도 없이 반복해 틀어주면서도 볼 만한 영화는 한 번 슬쩍 보여주고 그만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를 읽다보면 보고 싶은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닙니다. 그녀는 극장에서 놓친 영화를 비디오로 구해 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십 년 전만 해도 동네 어귀엔 언제나 비디오 가게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앉을 곳을 찾지 못하는 하오, 바람에 구르는 잎사귀처럼 깨진 보도블록 사이를 걷다 보면 이윽고 철물점과 문방구 사이 ‘꿈 비디오’에 이르렀습니다. 대개 꿈이란 낮은 ..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
파란 하늘 큰 나무 아래 (2006년 7월 11일) 글 김흥숙/그림 김수자 ▲ 파란 하늘과 평상만 하던 큰 나무 그늘 ⓒ 김수자그때도 나무들이 서둘러 몸을 키우고 있었으니 꼭 이맘때였나 봅니다. 몸 안에 목마른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자꾸 갈증이 나던 시절, 떠오르는 사람이 꼭 하나 있었지만 연락할 수는 없었습니다. 학기말 시험 중.. 오마이뉴스(한평 반의 평화)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