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약 1,900여 종의 버섯이 서식하는데
그중 400여 가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식용버섯은 대개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세로로 잘 찢어지며 벌레가 먹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저는 버섯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지만 언제부턴가
버섯을 키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버섯은 얼굴,
손등, 팔 등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데, 그 시작은
대개 핑크와 자주를 섞어 찍은 마침표 같은 점입니다.
점은 며칠 지나면 연갈색이 됩니다.
핑크자주 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흐르다 지친 피로구나, 나는 사느라 지치고
내 몸의 피는 흐르다 지치는구나, 검버섯은
피의 무덤이구나, 검버섯이 자꾸 생가다보면
내 몸이 나의 무덤이 되겠구나...
그러다 또 생각했습니다.
표고버섯,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먹을 줄만
알고 키울 줄은 몰랐더니 이제 나도 버섯 농부가
되었구나, 이왕 짓는 농사 즐겁게 짓자!
검버섯아, 넓고 비옥한 나의 농토에서 송이처럼
표고처럼 예쁘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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