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12

유산 (2022년 7월 30일)

재력과 권력의 세습으로 '개천의 용'이 멸종되어가는 세상에서 유산을 물려줄 수 없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미안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럴 땐 '결핍 속에서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사실과 의 몇 구절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월말이 올 때마다 월세와 공과금을 내느라 애쓸, '유산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의 아래 구절들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 see young men, my townsmen, whose misfortune it is to have inherited farms, houses, barns, cattle, and farming tools; for these are more easily acquired than got rid of. Better if they had been born in ..

오늘의 문장 2022.07.30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2022년 7월 28일)

더위는 육신을 점령하고 두통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정신을 점령하진 못합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점령당하진 않았으나 멍한 정신을 수돗물로 씻고 책을 봅니다. 우연히 펼친 책은 법정 스님의 . 책갈피에서 산바람 같은 것이 흘러나옵니다. 수돗물로나마 정신을 씻고 책을 보길 잘했습니다. 스님 말씀 대로 '읽지 않아도 될 글'은 읽을 필요가 없지만 '읽어야 할 글'은 읽어야 합니다. 그나저나 스님, 스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요? -------------------------------------------------------------------- 110쪽: (법정 스님이 정채봉 선생을 기리며 쓴 글 중) "올 때는 흰 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함박눈 따라서 갔네 오고가는 그 나그네여 그대는 지금 어느 곳에..

오늘의 문장 2022.07.28

노년일기 128: 포기하겠습니다 (2022년 7월 25일)

오래 전 제게 보약을 지어주시던 선생님은 '나쁜 점은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고쳐야 한다. 나이들면 점점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꼭 나쁜 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기질은 나이들며 점차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흔 넘은 어머니와 일흔이 가까워지는 딸의 만남이 자꾸 삐그덕거리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겠지요. 하루라도 집에 머물면 병이 나신다는 어머니와 달리 저는 가능한 한 집안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거나 많은 물건이 있는 곳을 매우 싫어하는데 어머니는 사교와 백화점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부르시면 싫다는 말을 못하고 백화점에 동행하곤 했습니다. 다녀와서 앓는 것은 저와 함께 사는 가족들만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아흔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외출을 좋아하시고 그 외출에..

나의 이야기 2022.07.25

꽃은 물의 꿈 (2022년 7월 23일)

능소화 꽃이 빗속에 떨어집니다. 올려다 보던 꽃들을 내려다봅니다. 저 환한 빛의 다른 이름이 깊은 어둠은 아닐까요. 허공에서 꽃이었던 능소화는 지면에 누워도 꽃, 여전한 꿈!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본 능소화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넝쿨 꿈을 꾸던 여름 - 이혜미 illustpoet ・ 2018. 8. 16. 21:22 URL 복사 이웃추가 종이에 색연필 넝쿨 꿈을 꾸던 여름 이혜미 떨어진 능소화를 주워 눈에 비비니 원하던 빛 속이다 여름 꿈을 꾸고 물속을 더듬으면 너르게 펼쳐지는 빛의 내부 잠은 꿈의 넝쿨로 뒤덮여 형체를 잊은 오래된 성곽같지 여름을 뒤집어 꿰맨 꽃 주홍을 내어주고 안팎을 바꾸면 땅속에 허리를 담근..

동행 2022.07.23

이삭 줍기 (2022년 7월 19일)

'이삭 줍기' 하면 제일 먼저 장-프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4-1875)의 유화 '이삭 줍는 여인들 (The Gleaners)'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삭 줍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자신의 일기를 표현한 말입니다. 그는 1837년부터 1862년 5월 6일 사망하기 반년 전까지 쓴 일기의 첫머리에 제목처럼 "Gleanings or What Time Has Not Reaped of My Journal" 이라고 썼습니다. "이삭 줍기 또는 시간이 거둬가고 남은 것들"쯤 되겠지요. 그의 일기는 2백만 단어 분량이라고 하는데, 장편소설이 대개 8만 단어에서 10만 단어로 이루어짐을 생각할 ..

오늘의 문장 2022.07.19

매미야 매미야 (2022년 7월 16일)

변덕스런 하늘 아래 산책길 눈 밝은 동행이 보도 한쪽을 가리킵니다. "말매미가 죽었네." 매미 울음소리 한 번 듣지 못했는데 벌써 죽다니요? 기분이 나쁩니다. 초복이 되도록 말매미 참매미 아무도 울지 않습니다. 인터넷엔 매미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의 글이 있는데 왜 우리집에선 들을 수 없는 걸까요? 뒷산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쓰으으... 말매미 울음소리 매앰 맴... 참매미 울음소리 어서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없이 완성되는 인생이 없듯 매미 울음 없이 완성되는 여름은 없으니까요. ----------------------------------------------- 어제 위의 글을 썼는데 오늘 매미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7월 17일 오전 7시 20분에 도착한 참매미의 답장은 "뛰들뛰들... 매..

동행 2022.07.16

노년일기 127: 절교 무심 (2022년 7월 15일)

전에도 이 블로그에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금쪽 같은 내 새끼'의 팬입니다. 아니 그 프로그램이 언제 방영되는지조차 모르니 프로그램의 팬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중심인 오은영 박사의 팬입니다. 밝고 자연스러운 얼굴, 정확한 우리말, 경청하는 태도, 전문가적 처방... 모든 전문가들이 오 박사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이 나라 국민 모두 그의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오 박사의 프로그램을 볼 때면 언제나 부모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적인 능력과 상황에 대응하는 힘은 물론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예의까지도 다 부모를 통해 습득하니까요. 그 '습득'은 태어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시..

동행 2022.07.15

노년일기 126: 노인의 얼굴 (2022년 7월 9일)

가능한 한 단순하게 살려 하지만 어젠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새벽엔 모기에 네 곳을 물렸고 오전엔 아름다운서당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참석 중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빠가 응급실에 갔는데 꽤 오래 입원해야 할 것 같으니 집에 혼자 계실 어머니를 챙겨달라는. 칠십 대의 이사장 님은 '전엔 즐겁게 하던 일이 이젠 힘에 부친다'며 이사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하셨고, 이사 중 한 분은 생애 처음으로 깁스를 했던 왼팔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겨워 했습니다. 오후. 오전에 치과에 다녀오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치료에 대해 여쭈니 질문엔 답변을 안하시고 딴소리만 하셨습니다. 새로 산 보청기가 이상해 안 들리신다기에 목소리를 크게 하여 대화를 시도했더니 금세 목이 갈라지고 머리가 빙빙 돌아 쓰러질 것 ..

동행 2022.07.09

한국인 최초 필즈상 (2022년 7월 6일)

이 블로그에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Fields Medal)'에 관한 글을 올리는 건 두 번째입니다. 2017년 7월 최초의 여성 수상자인 이란의 마리암 미르자하니의 요절을 애도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미르자하니의 나이 겨우 마흔이었습니다. 필즈상은 마흔 살 아래의 수학자만 받을 수 있는 상으로, 미르자하니는 2014년에 받았습니다. 이번 글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수포자의 나라'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에서 공부해 마침내 필즈상 수상자가 된 허준이 (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부모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녔으니 한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그의 국적이 미국이..

동행 2022.07.06